▲ 지난해 2월 서울 중구 서소문역사공원 광장(현양탑 앞)에서 건립공사 착공식이 열린 가운데 내빈 참석자들이 시삽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천주교 성지로 꾸며질 예정인 서울 서소문 ‘역사문화공원’ 조성 사업이 중단될 위기를 맞았다. 중구의회가 중구청의 사업 진행 절차를 문제 삼아 예산 편성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서울 중구청 등에 따르면 서소문공원은 조선시대 처형장으로 사용됐던 곳이다. 천주교인과 실학자, 개혁 사상가들이 핍박을 받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던 역사적 장소다. 동학(천도교)의 접주인 녹두장군 전봉준이 처형된 곳이기도 하다.

특히 신유박해(1801년)·기해박해(1839년)·병인박해(1866년)를 거치면서 수많은 천주교인들이 처형됐다. 이 중 44명은 성인으로 시성됐고, 25명도 추가로 성인으로 시성될 예정이다. 지난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광화문 시복 미사에 앞서 이곳을 참배해 전 세계 13억 가톨릭 신자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으로 천주교 성지로 추진하는 서소문 역사문화공원 건립 사업은 국비(50%)와 시비(30%), 구비(20%) 등 총 사업비 574억 9000여만원이 드는 국가사업이다. 10%가량 진행된 공사가 원만하게 추진되려면 구의회가 올해 예산 258억여원 중 구비 51억여원을 편성해야 한다. 구비가 편성돼야 시비(77억여원)와 국비(130억여원)가 들어오게 돼 있는 구조다. 공사가 중단되면 유지·관리에만 매달 1억 2000만원이 들어간다는 게 중구청의 설명이다.

▲ 서소문역사공원 조감도.

‘서울로 7017’을 중심으로 서소문 역사문화공원과 염천교 제화거리, 약현성당 등 중림동 일대를 재생하려는 서울시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천주교 측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원종현 서울대교구 절두산 순교성지 주임신부는 “원만하게 갈등이 풀리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구의회는 예산 편성 거부 이유로 “중구청이 사업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사업 시행 전 중구청이 구유재산 관리계획안에 대한 의회 승인을 받지 않아 문제가 됐다. 중구청 관계자는 “이른 시일에 구유재산 관리계획이 통과돼 사업이 좌초되지 않고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구의회를 성심성의껏 설득해 예산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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