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교수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 사회 형성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해결해야 할 숱한 사회적·국가적 과제 가운데 시급성을 띤 것이 있다. 빈부격차 해소 측면과 국민행복을 위한 복지실현 측면이다. 이와 같은 과제의 수행은 정책적 한계, 인지적 편향 등으로 인해 다소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미래에도 주요한 이슈이다. 현 시점에서 난제로는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과 국민행복지수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이다. 빈부격차가 지속적으로 심화되면 빈부갈등이 자연스럽게 대두될 수 있다.

따뜻한 손길과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하겠다. 그 일환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설중송탄(雪中送炭)의 실천을 고려할 수 있다. 눈보라와 강풍, 또는 비바람이 몰아친 관계로 등산객이 고립돼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등산객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음식물과 따뜻한 방한복, 장갑, 추위와 눈·비바람을 막을 수 있는 눈·비가림 공간·시설일 것이다. 이처럼 ‘설중송탄’이란 ‘눈 속에 갇혀 있는 사람에게 먹을 식량과 땔감을 보내준다’라는 뜻이다.

설중송탄의 유래는 993년 중국 송나라 태종 순화(淳化) 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북송(北宋)에서는 귀족들의 토지 쟁탈전이 치열했는데 그 목적이 오직 귀족들의 부를 축적하는 데 있었다. 이러한 귀족들의 분란 때문에 백성들의 삶은 극도로 궁핍해졌다. 그해 봄, 농민들은 먹을 것이 턱없이 부족하여 굶주림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리하여 성난 민심과 백성들의 원성은 날로 높아져 갔다. 이에 ‘왕소파’와 ‘이순’이 사천(四川) 지역에서 농민들과 규합하여 봉기를 했다.

겨울이 다가오자 강한 바람과 많은 눈을 동반한 추위가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에 송나라 태종은 농민 봉기가 다시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무마책을 펴지 않을 수 없었다. 여러 모로 궁리한 태종은 어렵고 가난한 백성들을 위해 도울 방법을 모색하게 됐는데, 그 방법으로 돈, 쌀, 땔감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눈 오는 날 땔감을 보내서 백성들이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만큼 훌륭한 분위기를 고취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태종의 선심은 그 목적이 민심수습과 민심달래기에 있었던 만큼 순수한 온정은 아니었다. 속보이는 당근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추위와 굶주림에 지친 백성들에겐 큰 도움이 됐다.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한 그는 적시에 도움을 주었다. 여하튼 태종이 행한 당연한 일은 적시성을 갖고 있다는 데 그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이렇듯 엄동설한에 누군가가 땔감을 보내 추위를 녹여준다든지, 독지가(篤志家)가 돈줄이 마른 고학생에게 보내는 돈은 가뭄에 내리는 단비와 같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남이 알지 못하게 돕는 자세가 아닐까 한다. 이런 자세가 진정한 설중송탄(雪中送炭)을 실천하는 방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어떤 방법이 있는가. 기부자는 고착화된 기부규칙이나 실명 거론에서 벗어나 익명의 기부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독지가가 많아야 하며 또 그러한 풍토, 정책을 인정해야 한다. 이 또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야 함은 물론이다. 아울러 설중송탄의 실천은 시공간적 장애 없이, 다시 말하면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연대와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어떠한 침체와 위축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그 기반이 안정성을 갖출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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