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교수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는 전략은 다양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사과(謝過)’ 전략이다. ‘사과’의 표현에는 책임감과 겸손함을 담고 있다. 이러하기에 사과에는 진정성이 담겨 있어야 하며 그 시점이 가능한 한 빠르고 적절해야 한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떠한 오해의 여지도 남기지 않아야 하는데 근본 목적이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실수나 잘못한 것에 대해 순순히 인정하지 않으려 하며, 여전히 사과를 하는 데 서툴거나 인색하다. 오히려 포장하려 든다. 사과에 앞서 조건부 사과·변명·설득이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하려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정당화시킴으로써 책임을 회피하려는 목적 때문이다. 이러한 행위는 임기응변(臨機應變)에 불과한 어리석은 행위이다. 자칫 책임 회피를 하려다가 오히려 더 큰 위기나 화를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례적인 사과가 아닌 진정성 있는 사과가 이뤄져야 한다.

프랑스에는 ‘오라두르 쉬르 글란’이라는 시골 마을이 있다. 이 곳은 1944년 6월 10일 독일 나치 점령군이 독가스와 방화로 민간인 642명의 학살을 저지른 곳이다. 2013년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은 독일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학살 현장을 찾아 사과했다. 그의 사과가 담고 있는 의미는 무엇인가. 나치의 잔혹상에 대한 과거의 상처를 씻고 화해의 지평을 열고자 했다. 또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실수를 하면 빠른 시간 내에 솔직한 사과를 했다. 그는 사과의 중요성에 대해 “실수를 하면 그것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일화를 남겼다.

사과 행위에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 반성 혹은 개선 의지를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변명’ 또는 ‘잘못의 축소’로 비춰질 수 있다. 사과를 할 때는 잘못을 명확히 인정하고 구체적으로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사과를 하면서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의 어미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를 사용하는 것은 자칫 변명을 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사과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해결 가능성을 판단하는 몫은 말하는 사람이 아닌 듣는 사람의 몫이다.

위기에 처한 회사가 이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와 최고경영자가 책임을 지고 사과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경우가 위기를 해소하는 데 실효성이 있을 것인가. 통계에 의하면 최고경영자가 책임을 지고 사과하는 기업이 더 큰 영향력이 있다고 한다.

사과에는 간결함, 솔직함에 근원을 둬야 하며 사족을 붙일 필요가 없다. 예를 들면 ‘본의 아니게 어쩔 수 없이’ ‘~에게 속아서’라는 등 책임의 원천이 제3자에게 있음을 암시할 필요는 없다. 뉘우침의 효과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컴퓨터 고장으로 인해 수리가 지연되는 경우에 사과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고장 난 부분의 상태가 어떠하며 수리 방법, 진행 상황, 예상 수리 시간 등을 정확히 설명해 줘야 한다. 또 수리 후에 어떤 모습이며 관리 방법, 관리를 해야 하는 이유 등을 부가 설명해 주면 사과의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이렇듯 사과의 기술은 서로 간의 관계 개선 및 긍정적 상황으로의 반전에 유용하다. 그런 면에서 상대방을 설득시키거나 이해시키려는 데만 공을 들이는 방법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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