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교수

 

사회·국가 질서의 유지 및 발전, 공정한 경쟁 차원에서 준법을 실천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법의 적용과 실행은 통치수단과 사회적·국민적 합의를 기반으로 하지만, 성격은 제정 목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어떤 경우든 공익·공영을 위한 목적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악법으로 활용돼선 안된다.

그런데 최근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준법에 대한 인식이 둔감해진 것 같아 염려스럽다. 국내 모 기관에서 초중고교생 1만여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정직지수’에 대해 조사를 한 결과, 고교생들의 약 56%가 10억원이 생길 경우 1년 정도 수감생활을 하는 것에 대해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법에 앞서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 물질에 중심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법의식이 낮다고 하더라도 미래의 성장동력인 고교생들이 이런 발상을 했다는 자체가 충격적이지 아닐 수 없다. 그런가 하면 2015년 한국법제연구원의 법준수지수 조사에서는 30대 연령에서 법이 잘 지켜지지 않다는 비율이 무려 58.8%로 나타났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들 응답자 중 42.5%가 ‘법을 잘 지키면서 사는 것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사법부에 대한 불만·불신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여전히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범죄행위를 한 일부 특권 계층의 처벌 수위를 보면, 무처벌 또는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해 온 경우가 많았다. 법률소비자연대의 조사에서도 국민의 약 80%가 이러한 사실에 수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 압축경제성장 시대에는 경제중심주의였기에 준법의식이 다소 미흡하더라도 용인됐다. 그 당시의 준법은 인위적 통제로 이뤄진 바가 적지 않았는데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면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경제 선진화만이 선진국 진입의 요건은 아니지 않은가. 다문화·다정서·다민족 형성은 점점 가속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나타나는 다양성을 통합하고 포용하는 것은 국가 운영의 핵심이다. 그런 면에서 준법은 국가성장동력으로서도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일본 역시 다문화사회를 형성하고 있는데, ‘와(和)’라는 사상이 짙게 깔려 있다고 한다. 이 사상의 의미는 ‘서로 잘 지내는 것’을 나타내는데 준법을 통해 신뢰관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 할 수 있겠다.

교통법규의 준수, 공중도덕 준수, 관광지에서의 바가지요금 근절 등은 선진국 진입의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한다. 여전히 쓰레기 불법·무단 투기가 근절되지 않고 있으며 교통신호등이 설치돼 있더라도 운전자는 법규를 위반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만약 교통신호등조차 없다면 교통질서는 더욱 혼란해질 것이며 사회질서의 혼란도 야기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교통사고율이 OECD 국가 평균치보다는 높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일부 관광지에서의 바가지요금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바가지요금이 성행하는 한, 관광객의 마음은 얼마나 불편하며 괴롭겠는가. 이로 인해 재방문율이 적어질 것은 뻔한 일이다.

자기중심적인 의식에서 벗어나 올바른 법의식을 정립해야 한다. 아울러 법은 지킬수록 생활의 편익을 도모하기에 이익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준법의 생활화를 위한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현상이 궁극적으로 낙수효과(落水效果)로 이어진다면 정체없는 신뢰사회의 구축, 발전의 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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