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이 지난달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선 전까지 통합을 이루겠다는 ‘한기총-한교연 통합 선언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통합을 강력히 추진해 왔던 이영훈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직에서 물러나고, 한기총비상대책위원회와 김노아 목사 측의 반발로 양 기관의 통합이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물러난 이영훈 “기득권 세력의 저항·반발로 위기”
한기총 소송전 뾰족한 해법無 통합 장기화 불가피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갈라선 지 6년 만에 대통합을 추진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통합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통합의 핵심인 한기총의 수장 이영훈 목사가 대표회장직에서 물러난 것이다.

양 연합기관은 지난달 초 오는 5월 9일 대통령선거 전까지 통합을 완성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김노아 목사 측이 이영훈 목사를 상대로 한 대표회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소송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통합에 발목이 잡혔다.

이영훈 목사는 최근 일간지에 광고 성명을 내고 “대표회장직을 내려놓기로 결심했다”는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 다 내려놓고 백의종군하며 뒤에서 (한기총과 한교연) 통합이 완료될 때까지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대선 전까지는 통합이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한기총과 한교연은 지난 2011년 대표회장직을 둘러싼 금권선거와 이단 문제로 둘로 쪼개졌다. 양 기관은 지금까지 수차례 통합을 논의했지만, 이단 논쟁과 정관 개정 문제 등이 통합의 걸림돌이 됐다.

◆뒤늦은 통합의지에도 法·기득권 발목

이영훈(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장) 목사는 통합이 겉보기와 달리 쉽지 않다는 입장을 토로했다. 이 목사는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은 눈물겹도록 어려웠다”면서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일부 세력에 의해 안팎으로 강력한 저항과 반발로 수차례 위기를 맞았다”고 밝혔다.

그는 “한기총은 개별 교단에서 이단성이 제기됐던 인사들을 영입 또는 해제함으로써 분열양상은 더욱 고착화됐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법원이 (대표회장직정지)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한국교회 대통합은 또 한 번 위기에 처하는 상황에 빠졌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도 통합의 명분 중에 하나인 ‘동성애’ ‘이슬람(교세·산업 확산) 우려’ ‘종교인 과세’ ‘차별금지법’ ‘사이비·이단’ 물결을 막아내야 한다는 목소리를 잊지 않았다. 순수 개신교계의 입장이 아닌 정치적인 목적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통합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한교연 한국기독교통합추진위원회 고시영 위원장은 지난달 중순 기자회견에서 “한기총 대표회장의 직무가 정지됐더라도 양쪽 통합추진위원회는 예정대로 통합논의를 진행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고 위원장은 “한교연은 기구 통합에 대한 의견이 일치됐다. 이단 문제는 추후 기구를 합친 뒤 객관적 조사를 할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기구가 통합되면 백지상태에서 미래지향적 정관을 만들고, 오는 9월 주요교단 정기총회에서 허가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교연은 종전과 달리 先통합 後조치를 취할 뜻을 내비쳤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노아 측과 법정다툼 최대 걸림돌

이번에는 한기총 내부 갈등문제가 통합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에 입후보했던 김노아 목사는 지난달 초 기자회견에서 “한기총 대표회장 선기시 선관위원장(길자연 목사) 및 선관위원을 이영훈 목사의 사람들로 임명해 정관을 위배한 위원회를 구성했다”며 “또 은퇴하지도 않은 자신을 세광중앙교회 은퇴목사로 후보자격을 박탈한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을 법원이 받아들여 가처분소송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한기총 19개 회원교단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이 문제를 꼬집고 선거관리위원장 길자연 목사의 공개 사과와 사퇴를 촉구했다.

이뿐 아니라 한국교회연합 통합과 관련 “한교연과의 관계는 통합의 개념이 아니다”며 “한교연은 한기총을 이탈해 형성된 단체이므로 무조건 모체인 한기총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한기총 전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를 중심으로 추진한 한기총과 한교연 통합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또 다른 걸림돌은 김노아 목사 측과 법정소송이다. 김 목사 측은 ▲4월 7일 임시총회 관련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과 이에 대한 본안(결의무효 확인) 소송 ▲3월 3일 선임된 임원들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 등을 시사해 법정다툼을 예고했다.

김 목사 측과 관련 소송의 합의 없이는 사실상 통합이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때문에 통합을 마무리 짓겠다는 한기총과 한교연의 계획은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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