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얀마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 겸 외무장관(왼쪽)이 4일(현지시간) 바티칸을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나고 있다. 교황청은 이날 불교국가인 미얀마와 정식 외교관계를 맺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출처: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 아웅산 수치 회동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교황청과 불교 국가 미얀마가 외교 관계에 물꼬를 텄다.

교황청은 4일 미얀마와 정식 외교 관계를 맺기로 합의했으며, 서로의 나라에 대사관을 설치하고 대사를 파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교 소식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얀마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 겸 외무장관을 만난 직후 나왔다. 바티칸을 찾은 수치 여사는 20분가량 교황과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는 가톨릭 신자가 총인구 5100만명의 1%를 웃도는 약 70만명에 불과한 불교 국가다. 하지만 현지 가톨릭 역사는 약 500년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교 소식은 미얀마가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탄압해 국제적 비판을 받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미얀마 군사정부는 미얀마에서 로힝야족에게 불교로의 개종을 강요하면서 토지를 몰수하고 강제노동을 시키는 등의 폭정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초에는 미얀마 군경이 로힝야족을 자국 영토에서 몰아내려 민간인을 고문하거나 살해하고 성폭행과 방화 등을 일삼는 등 ‘인종청소’가 이뤄졌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지난 2월 로힝야족 인권 문제와 관련해 “로힝야족은 단지 그들의 문화와 이슬람 신앙대로 살길 원한다는 이유로 고통받고, 죽임을 당하고 있다”며 핍박받는 로힝야족을 위해 함께 기도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미얀마 민주화 투쟁의 상징적 인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미얀마 정부는 이러한 인권침해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 아웅산 수치는 지난 4월 7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인종청소라고 표현하는 것은 너무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바티칸 사도궁의 교황 서재에서 수치 자문역과 약 30분 동안 만나 환담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올해 가톨릭 세계 평화의 날에 맞춰 발표한 ‘비폭력 평화를 위한 정치방식’이라는 제목의 담화문집을 수치 여사에게 선물로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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