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봉 대중문화평론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잠잠해지자, 이제 대한민국은 대선에 주목하고 있다. 서로의 정책방향과 이데올로기를 비판하고 물고 뜯는 대선주자들은 며칠 남지 않은 선거일 전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과연 이번 19대 대선에서는 고질적인 병폐로 자리 잡아 온 지역갈등, 이념갈등, 세대갈등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정답은 힘들어 보인다. 대통령 선거이기에 이념적, 지역적 경계를 넘어 통합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보이지만, 여전히 기득권세력이 판치고 있고 후보의 정책과 능력을 검증하기에 앞서 네거티브 전략과 당과

자기지역 출신만 보고 지지하는 프레임 안에서 기존 병폐들은 지난 대선과 큰 차이가 없을 듯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청년층이다. 청년층의 다수가 부동표이며 아직 찍을 사람을 정하지 못했다. 과거엔 통상 2030은 야당, 5060은 여당, 그리고 40대는 캐스팅보터, 이렇게 역할을 했다.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보수 민심이 흔들렸고 적지 않은 2030이 새누리당을 뒤로한 채 안철수 후보에게 한 표를 찍겠다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게 보인다. 이번 게이트로 인해 50대의 표심도 보수 성향에서 중도 내지 개혁 성향으로 바뀐 측면도 있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말 그대로 세대 간 표 대결이 극명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가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이길 수 있었던 요인은 박정희 대통령의 향수에 젖은 보수층이 결집해 50대와 60대에서 80% 이상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젊은 층은 진보, 노년층은 보수라는 이름으로 표의 대결이 진행될 것인가. 재미있는 것은 선거가 가까워지면 일반적으로 부동층 비율이 줄어드는데 이번 대선은 선거가 코앞인데도 오히려 부동층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가 칸타퍼블릭(전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한 지난 21일부터 22일 양일간 진행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지지 후보가 없다’ ‘모르겠다’는 응답이 21.3%였다. 2주 전 14.5%였던 부동층 비율이 더 늘어난 것이다.

이런 결과는 대선후보들에 대한 실망, 생계로 인한 정치 무관심, 검증시간 부족 등 여러 이유가 있겠다. 특히 부동층의 대다수가 박근혜 전 대통령, 새누리당에 대한 실망으로 아직 마음 갈 곳을 정하지 못한 보수층이다. 문재인이 아니라면, 결국 안철수냐, 홍준표냐를 두고 보수층이 아직 100% 마음을 잡지 못했다. 보름 남은 기간, 이 부동층의 향방에 따라 선거 구도가 요동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또한 투표율이 가장 낮았던 2030세대가 기존 전적처럼 진보성향을 추구할지 아니면 중도보수 성향을 추구할지도 관심사다. 5060 기성세대의 정치적 선호도는 거의 일정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판세를 결정지을 수 있는 2030세대의 표들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는 아무도 예측을 하지 못한다.

추가적으로 50대와 60대 가운데 주축을 이루고 있는 1955년생부터 63년생 사이의 이른바 베이비부머 세대의 표심도 2030 못지않게 이번 대선에서 절대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청년시절 광주민주화 운동을 겪으며 1980년대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고 당시 거리에서 넥타이를 매고 민주화운동을 했던 지금의 60대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독재에 신물이 난 일찍이 진보성향을 체험한 이들이기도 하다. 어떤 후보를 선택해야 할지 결정 못한 유권자라도 공약을 전체적으로 보면 답을 얻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유권자는 남들 쫓아가지 말고 자신의 생각대로 정당하게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이미지메이킹이나 어떤 선입견에 가려 생각이 흔들려선 안 된다. 내 가족이 사는 나라의 지도자를 선출할 때이다. 과거의 흠집보다는 현재와 미래에 정통하고 청년, 노인, 일자리, 복지, 안보, 국가경제, 교육 등 다방면에 해박하고 책임감 있는 지도자를 우리가 선출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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