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봉 대중문화평론가

1·2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대량생산시스템을 갖추는 것이었다. 분야별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량생산을 통해 인간들은 기계들을 이용했다. 이에 비해 융합으로 접근하는 3차 산업혁명은 교육 역시 과학·기술·수학을 융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급속도로 빠르게 오고 있다. 아직 실생활에서 피부로 느끼지 못하지만 인공지능 로봇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우리는 인지하고 준비해야 한다. 이미 영화 속에서도 우리 주변의 가장 가까운 애완동물 시대가 가고 가정로봇인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 시대가 올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우리는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천천히 AI와 로봇이 우리의 삶과 점점 근접하게 다가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AI와 빅데이터 기술이 결합한 로봇혁명을 예고한 할리우드 영화 ‘채피(감독 닐 블롬캠프)’는 인간과 대화하고 감성을 느끼는 친구 같은 이미지의 로봇과 로봇을 파괴하려는 인간의 대결을 그렸다. 채피에서 성인체구를 한 로봇이 어린아이처럼 말을 배우고 제스처까지 인간과 똑같이 따라하는 모습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언급한 인간은 모방의 본능을 지니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며, 로봇도 인공지능이 있다면 똑같이 기능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더불어 이미 16년 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자신의 영화 ‘AI’를 통해 AI시대를 예고하며,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의 충돌, 지구 환경의 위험과 AI 로봇의 출연을 통해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현상을 묘사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영화 속 스토리는 로봇에게 감정을 주입시키는 것은 로봇공학 발전의 마지막 관문으로 표현된다. 인간들은 로봇을 정교한 가재도구로 여길 뿐, 그 이상의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러나 많은 부부가 자식을 가질 수 없게 되면서 인간들은 로봇에게 동거인 이상의 가치를 찾게 된다. 인간을 사랑하게끔 프로그래밍 된 최초의 로봇 소년 ‘데이빗’은 인간사회에 적응하고 인간들에게 사랑을 요구한다. 이 영화는 청소하고 커피타주는 가정 로봇을 넘어 인공지능을 통해 인간과 대화가 가능한 감성 로봇도 등장할 수 있다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도출했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루퍼트 샌더스 감독의 영화 ‘공각기동대’는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무너진 가까운 미래, 강력 범죄와 테러 사건을 담당하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결합해 탄생한 특수요원이자 섹션9을 이끄는 사이보그 메이저(스칼렛 요한슨)를 다룬다.

이 영화는 과연 두뇌까지 기계화된다면 인간이란 존재는 과연 무엇일까라는 의문점을 던진다. ‘공각기동대’가 던진 미래의 인간 정체성에 대한 화두는 사이보그라는 두뇌를 포함한 모든 신체의 기계화가 가능해진 존재를 통해 2029년을 그려나간다.

이 영화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인식론부터 앞으로 인간은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방향성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질문하며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 토로한다. 미래 인간사회는 인공지능 및 로봇과 한배를 탈 수 밖에 없다. 인간과 기계문명의 대립 속에 결국 사이보그라는 특수한 존재가 등장하고 미래사회는 행복하거나 혹은 불행할 수 있다.

루퍼트 샌더스 감독은 영화 공각기동대를 연출하며 다양한 문화·종교·인종이 공존하는 미래 세계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도 뉴질랜드, 일본, 프랑스, 짐바브웨, 중국 등 16개국에서 온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영화 속 미장센은 고대 전통사회와 현대 자본주의 리얼리티가 결합된 풍경을 담아내며 앞으로 인류가 맞이할 인간과 로봇, 다문화 사회 등 얽히고설킨 미래사회의 모습들을 그려냈다.

기억을 잃어 정체성 혼란을 느끼는 사이보그 메이저의 심도 깊은 내면은 스필버그의 영화 에이아이에서도 나타난다. 인공지능 로봇은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애쓰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에 직면한다. 이미 프랑스기업 알데바란의 로봇 ‘나오’는 키 58㎝의 왜소한 체구이지만, 사람 얼굴을 알아보고 8개 언어를 읽고 말할 수 있으며, 사람과 간단한 대화도 가능하다. 더불어 URC(Ubiquitous robotics companion) 로봇이 여는 미래세상의 모습은 영화 속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URC로봇은 사람 일을 대신해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업무를 해결해준다. 일본 미쓰비시 연구소 역시 생활로봇이 사람과 함께 생활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소는 오는 2020년까지 1가구 1로봇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한국의 영화산업도 이제 4차산업혁명을 주목해야 한다. 더 이상 식상한 로맨틱코미디, 조폭코미디, 범죄액션 장르는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한다. 문화 콘텐츠의 다양화와 더불어 다가오고 있는 미래시대 트렌드를 접목해야 관객들이 공감하고 관심을 보일 것이다. 영화 제작 부문에서는 콘텐츠의 질적 개선, 수요자 니즈 등에 대한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작품제작과 시나리오 등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4차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하는 영화 시장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과 소비패턴을 고려한 플랫폼 다양화 등 진취적인 사업으로 급변해야 한다. 로봇, 에이아이, 가상현실 등 아직은 한국관객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 미래지향형 콘텐츠들을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공감이라는 키워드로 전략적 계획을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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