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봉 대중문화평론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사건이 쏟아지는 대선 뉴스로 인해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하지만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모든 국민의 초미의 관심사가 된 지금, 대학로에서는 최순실과 국정을 함께 농단한 주변 인물들을 리얼하게 그려낸 연극이 한창 진행 중이다.

희곡은 크게 비극과 희극으로 나누어진다. 대학로 연극 ‘비선실세 순실이’는 최순실 국정농단을 다룬 최초의 연극이며 등장인물들도 최순실, 최순득, 고영태, 장시호, 정유라, 차은택 등 주요 실제 인물들을 모티브로 묘사하며 비극적 상황 속에서 코미디를 적절히 융합해 세상을 바로잡아보자는 메시지를 던진다.

최순실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게이트(감독 신재호)’의 촬영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영화 게이트는 사회적인 풍자와 함께 코미디 섞인 소시민의 인간적인 삶의 단면을 풀어내려 한다. 하지만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국민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긴 최순실 게이트를 풍자와 패러디, 코미디화 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한편 연극 ‘비선실세 순실이’는 탄탄한 각본과 주인공과 적대자의 대결구도, 잘 짜여진 플롯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중들의 적지 않은 외면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어쩌면 국정농단, 사드, 북한 위협, 취업문제 등 총체적 안보와 경제 위기 같은 무거운 바깥 현실 속에서 또 다시 무거운 연극과 영화는 건너뛰자는 대중들의 마인드가 적용됐을지도 모른다.

‘비선실세 순실이’를 연출한 강철웅 감독은 “지난 대선에서 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찍은 51.6% 중 한 명이었다”며 “이런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고 스스로 반성하자는 의미에서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관객이 많이 모이지 않는 현재 상황에 대해 최순실 연극 관람을 막는 배후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티켓 예매와 홍보 등을 막았던 배후세력이 있었고 최초로 국정농단 사태를 정면으로 비판한 연극이 개봉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의식해 배후세력은 국민의 관림기회와 권리를 차단했다는 것이다.

강 감독은 “제작발표회를 한 이후에는 보통 티켓이 많이 팔린다. 초반에는 객석이 모자랄 정도이다”며 “지난 30년간 연극을 만들었지만 제작발표회 이후 티켓이 이렇게 안 나간 경우는 처음이다”고 말했다. 또한 연극 제작 전 배우 캐스팅이 어려웠던 상황도 토로했다. 오디션에 대한 문의는 많았으나 정작 최순실 게이트를 직접적으로 다룬다는 소식을 듣고 오디션 현장에 나타나지 않은 지원자도 수두룩했다고 입을 모았다.

강철웅 감독은 상영 직전 제작발표회 이후 지인들이 티켓 구매 사이트에서 예매를 시도했는데 인터넷 오류가 생기면서 예매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연극에 대한 기사가 막 나올 때 예매를 봉쇄해버리면 이미 관객들의 관심이 식게 된다며 초반에 연극 예매를 막은 것 같아 이 같은 현 상황이 너무 아이러니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한 사이트에서는 정치적 연극 혹은 연극 포스터를 문제 삼으며 티켓판매가 어렵다고 판매 불가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예술집단 참 배우들은 작금의 현실을 정조준해서 신랄하게 조롱하고 풍자하는 작품 추구 방향에 대해 배후세력이 심적 부담감을 안고 연극 상영을 방해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극에 대해 강철웅 감독은 최순실 게이트 실존인물들의 성격적 결함과 추구했던 목표, 장애물, 클라이막스를 적절히 배합해 최순실 세력에 대해서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촛불을 든 자유발언녀, 젊은이에게는 연민의 정을 관객들이 느낄 수 있도록 10%의 픽션만 가미했을 뿐, 대체로 논픽션을 바탕으로 리얼리티를 추구했다.

관객이 텅 빈 상황에도 불구하고 비선실세 순실이는 국정농단 인물을 정확히 그렸고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연극 중간 중간에 촛불집회, 최순실 구속 등 영상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마음을 얻으려 했다. 때론 정치에 무관심한 일반 관객들에게 간간이 웃음코드를 유지하며 잠재적 문제점들을 등장인물들을 통해 그려나갔다.

우리는 핵심적인 질문을 통해 이 사건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최순실은 행동을 앞으로 전진시키며 주변 인물들을 엮었고 최순실 세력과 국민과의 대립이라는 갈등의 씨앗을 이 연극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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