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두 달간의 긴 겨울방학을 끝낸 3월이면 아이들 반응이 극명하게 갈린다. 새 학기, 새 학년을 기다리는 아이들도 많지만 일부 아이들은 ‘새 학기 증후군’으로 인해 학교 가기를 꺼려하고, 심할 경우 ‘두려움 증상’을 보여 학부모가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해오기도 한다.

새 학기 증후군으로 힘들어 하는 교사가 있듯이 아이들이 앓는 새 학기 증후군도 교사들만큼이나 심각한 병이지 결코 꾀병이 아니다. 신나는 방학을 보낸 아이들이 새 학기를 맞이할 즈음이면 감기가 자주 걸리고 머리나 배가 아프다고 호소하거나 이상한 행동을 반복하기도 한다. 공부, 친구, 선생님 등에 대한 두려움과 중압감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면역 체계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이다. 아이들이 이런 비슷한 증상을 보이면 윽박지르며 혼내지 말고 원인을 찾아 해결해줘야 한다.

한 학년이 끝나면 담임교사들이 모여 성적에 따라 컴퓨터로 배정된 학급 배치표를 보며 왕따나 학교폭력에 연루됐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같은 반으로 진급하면 안 되는 아이들을 분리하는 작업을 한다. 새 학년으로 진급하며 친구문제로 등교를 거부하는 경우 담임과 상담해서 이 시기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자기 아이들을 엄하게 가정교육을 시킬 것 같은 동료교사가 있었다. 그 교사가 “방학 때 아이들을 절대로 다그치지 않고, 누가 늦게 일어나는지 시합도 하며 늦잠을 즐긴다. 방에서 뒹굴 거리며 같이 책을 읽고 편하게 방학을 보내도록 해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의외였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방학을 보내는 것도 아이들의 새 학기 거부감을 줄여주는 하나의 방법이 되면서 아이들이 부모와 친밀감을 느껴 문제를 감추지 않고 대화를 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10년간 군인으로 복무한 필자의 직업 탓에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교를 4개나 다니고 졸업했다. 장교로 근무하면 길어야 2년, 짧으면 1년 만에 부대를 옮겨 아이들도 전학을 해야 한다. 전학을 할 때마다 새 학교, 새 친구에 대한 두려움으로 등교를 거부할까봐 노심초사하며 신경을 썼다.

전학을 갈 때 최우선으로 고려했던 것이 아이들의 학기였다. 가능하면 새 학년에 이동을 하거나 방학 때 이동을 하려고 했다. 학급 아이들끼리 친한 그룹이 생긴 후에 전학을 하면 아이들이 그룹에 끼지 못해 적응에 애로를 겪기 때문이다. 옮겨갈 부대가 정해지면 아이들을 데리고 그 지역을 미리 답사하며 전학 갈 학교를 가장 먼저 찾아갔다. 아이들과 같이 교정과 시설을 둘러보며 “이 학교가 앞으로 너희들이 다닐 새 학교야. 이 학교에도 좋은 선생님과 친구들이 많을 테니 전 학교와 마찬가지로 학교 열심히 다니자. 엄마, 아빠도 많이 도와줄게”라고 대화를 하며 새 학교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시켰다.

이렇게 아이들의 전학에 신경을 쓴 이유는 필자 자신이 초등학교 4개를 전학하며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했던 경험이 있어 그 심각성을 잘 알기 때문이다. 아빠의 노력 탓인지 아이들은 다행히 서울법대, 서울상대를 졸업하고 훌륭한 직장인으로 성장했다. 서울법대는 서울에서 제법 먼 대학, 서울상대는 서울에서 상당히 먼 대학을 의미하는 유머이긴 하지만 다행히 서울대를 졸업하고 S그룹에 다니고 있다.

전학을 한 후에는 몇 명의 반 아이들을 집으로 초대해 파티를 열어주며 친구들과의 관계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해 빨리 적응하도록 도왔다. 아이가 가진 장점과 단점을 편지로 적어 담임교사에게 보내 지도에 참고하도록 했다. 부모로서 참여가 가능한 학교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스승의 날 학부모 교사로 수업을 대신 하기도 했다.

‘새 학기 증후군’ 예방을 위해서는 부모와 아이들의 대화가 중요하다. 무턱대고 아이에게 화를 내고 “혼자서 이겨내!”라고 하는 것은 아이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고 학교 밖을 배회하게 만든다. 대화를 통해 아이의 다친 마음을 달래 주는 것이 좋다. 아이들이 방학 동안 느슨해진 행동을 개학 후 규칙적인 생활로 바꾸려면 금세 적응하기 힘들기 때문에 천천히 생활리듬을 잡도록 여유 있게 지켜보는 것도 필요하다. 학교와 담임교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말을 자주해주는 것이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 하도록 하는 비결이다. 교사의 가정 방문 시 맨발로 맞이해 자식을 훌륭하게 키운 사례를 굳이 예로 들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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