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3월중 학교에서 가장 공들여 준비하는 행사가 학부모 총회이다. 1996년부터 학교운영위원회와 더불어 시행되기 시작한 제도로 학부모 총회 가정 통신문을 받고 대부분 학부모들은 ‘학부모 총회에 참석하는 게 좋을까? 안 가도 괜찮을까?’라는 고민에 빠진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참석하면 좋지만, 참석을 안 해도 자녀에게 큰 영향은 없으니 너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전국에 있는 모든 학교는 3월 중순에 시작, 늦어도 4월 초순까지 학부모 총회를 한다. 일반적인 순서는 학교 강당에서 학교 교육방향 소개-부장교사 소개-운영위원 선출-학부모 연수를 1시간 정도 하고 각 교실로 이동해 담임교사와 시간을 갖는다.

총회에 참석하면 학교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학교 교육의 전반적인 방향을 설명한다.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교육방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이날 1년에 2회 이상 개최하도록 돼 있는 공개수업을 하는 학교가 많아 자녀의 교실에서 교사의 수업을 직접 보며 내 아이와 학급 아이들의 수업태도를 공개적으로 참관할 수 있다.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 위원도 선출하는데 출마자가 많으면 투표를 하고 출마자가 적으면 무투표 당선이 된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다양한 특강도 이뤄진다. 최근에는 학교전담 경찰관이 참석해 학교폭력 예방 및 신고 등에 대한 특강을 하는 학교도 많다.

부모가 학교에 오는 것에 대해 극도로 거부감을 느끼는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많은 아이들이 부모가 학교에 오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학부모 총회 참석은 자녀에게 ‘엄마, 아빠가 네 학교생활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의미를 주고, 부모가 담임교사와 자신의 학교생활을 교감한다는 느낌을 주어 행동을 조심하려고 노력한다.

이날은 자녀의 담임교사와 인사하고 상담하는 자리로서 가장 큰 의미가 있다. 별도로 담임교사를 찾아 가는 게 부담스러운 경우 학부모총회 참석은 담임교사에게 ‘내 자녀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표현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아이들이 학교에 잘 적응하는지 여부를 담임교사의 학급운영 방침이 좌우하기 때문에 책상은 어떻게 배치하는지, 짝은 어떻게 바꾸는지, 구체적인 학급운영 방침, 교육관 등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교실에서 학급별 임원, 급식 모니터링, 시험 감독, 명예 사서 등을 선출한다. 활동을 하고 싶은 경우 지원하면 된다. 각 반별로 일정 숫자의 학부모가 지원토록 학교 측에서 담임교사에게 압력을 가하기 때문에 하나쯤 맡아주면 담임교사가 1년간 고마워한다.

특히 시험 감독은 한번쯤 꼭 해보길 권한다. 시험 감독을 하면 아이들이 어떻게 시험을 보는지 어떤 태도로 시험에 응하는지 알 수 있어 자녀들의 학습지도에 도움이 된다. 시험시작과 동시에 포기하고 바로 책상에 엎드려 자는 학생을 이해하게도 된다.

대부분 학교가 3, 4월 중에 학부모 상담주간을 1주일 정도 운영한다. 그때 다시 가서 상담하기 힘든 경우 학부모 총회가 끝난 후 담임교사와 상담이 가능하다. 하지만 학년 초라 학생들 파악이 안 되어 있어 큰 효과를 보긴 힘들다. 얼굴 정도 서로 익히고 상담 주간을 이용해서 학교를 찾아 가거나 전화로 상담을 할 경우 담임교사가 어떤 분인지 아니깐 덜 서먹한 장점도 있다. 상담을 할 때는 막연한 질문보다는 구체적으로 질문을 하는 게 좋다. 교사 시절 “우리 아이의 학교생활은 어떤가요?”라고 질문하는 학부모보다 “수학을 싫어하는데 수학시간에 발표는 잘 하나요?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주도적인가요?” 등 세부적으로 질문하는 학부형의 아이들을 더 세밀하게 관찰했던 기억이 난다.

학부모 총회 참석은 가장 많은 우리 반 엄마들을 미리 만날 수 있어 학부모 네트워크 구성에 유리하다. 아이의 사물함이나 책상 위치, 교실을 포함 학교 구석구석을 다 둘러 볼 수 있고 학교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갖게 된다는 장점이 더 크다.

학부모 총회에 아빠들이 참석하거나 부부가 함께 참석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아빠가 엄마와 같이 육아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경우 학교생활을 잘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엄마와 아빠가 동일하게 육아와 학습지도에 참여했더라도 아빠의 참여가 서너 배 이상의 효과를 가져 온다는 것은 교육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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