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중2병 진단테스트도 인터넷에 유행한다. ‘나는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칼을 갖고 다니는 걸 자랑스럽게 여긴다, 뭐든 부정적으로 보는 성향이 크다, 자신이 우울증이라고 생각한다, 주먹으로 벽을 치거나 침 뱉는 걸 자랑스럽게 여긴다, 혼자서 중얼거린다’ 등이다. 한마디로 ‘자신을 제외한 세상 모든 것에 대한 무한 반항’을 중2병이라 정의하고 있다.

엄마들은 중2병이 냄새도 동반한다고 한다. 성장호르몬이 활발해지며 자연스럽게 땀과 함께 배출되는 호르몬이 아이의 방에서 독특한 냄새로 느껴진다. 중2가 되면 수직적 관계인 부모의 말은 무조건 잔소리로 생각하고 거부한다. 반면에 수평적인 친구의 말은 비판이나 잔소리로 받아들이지 않고 우정이나 의리로 생각한다. 중2병을 심하게 앓던 아이가 친구의 말 한마디로 학교생활이 바뀌고 공부의욕이 생긴 사례들이 이를 증명한다.

중2병을 앓는 아이가 부모의 말을 안 듣고, 친구들과의 관계를 더 소중하게 여긴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 일시적으로 관계의 우선순위가 변해 친구와의 관계에 집중하고, 친구 관계를 더 선호하는 시기이지, 가족에게 느끼는 친밀감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가장 가치 있는 친구와의 대화나 소통이 잠시라도 단절되면 소외될까 안절부절 못한다. 최근 중국에서 아버지가 고등학생 아들의 휴대폰을 빼앗아 창문 밖으로 던지자, 아들이 같이 뛰어내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아들은 휴대폰을 빼앗기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의 관계 단절을 두려워 한 것이다. 교사나 부모가 벌칙으로 휴대폰을 빼앗는 것이 지금 시대의 아이들에게 얼마나 가혹한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부모는 조력자, 친구, 수호천사 등 다양한 역할을 감내해야 한다. 중2 나이의 아이들은 ‘부모에 의해 선택된 인생이지, 자신의 의지로 사는 인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단순한 ATM기 역할에만 그치고 ‘내가 누구 때문에 밤늦게까지 일하고 접대하고 다니는데?’라고 자기 합리화만 해서는 중2 자녀와 관계를 회복하기 힘들다. 중2병에 가장 효과적인 약은 통제와 간섭이 아닌 부모의 꾸준한 관심과 이해 즉 교감인 것이다.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면 첫째, 목욕을 같이 하는 것이다. 걸음마를 할 때부터 2주일에 한번 정도 때를 밀어주며 관계를 꾸준히 유지하면 중2병이 오지 않을 확률이 크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많이 하게 되고 아이의 몸의 변화과정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성교육도 가능하다. 수염이 하나둘 나기 시작하면 면도도 해주고 가끔 과하지 않은 물장난도 치며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면 된다. 중2병에 특효약은 아빠와의 친밀감, 정서적 유대감인 것이다.

두 번째, 어린 아이들은 아빠의 퇴근만 기다리다 달려와 1시간은 쫓아 다니며 학교, 친구 이야기를 한다. 쉬고 싶은 아빠의 심정을 헤아릴 줄 모른다. 아이들 입장에선 재미있고 신나는 이야기지만 어른의 관점에선 유치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피곤하다고, 재미없다고 아이의 말을 막게 되면 결국 아이는 중2병, 사춘기와 함께 입을 닫게 된다. 아이들이 한창 말하고 싶어 할 때, 밖으로만 돌며 아이들과 소통할 기회를 차버린 부모가 나이 들어 “자식들이 무뚝뚝하고 말이 없다”며 서운해 하는 것은 자업자득인 셈이다. 아이의 어떤 말이라도 잘 들어주자.

세 번째,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캠핑이 관계형성에 가장 좋다. 아이들의 두뇌발달에 좋다하여 거의 매주 텐트와 캠핑 도구를 챙겨 산과 강에서 살다시피 했다. 텐트도 같이 치고 축구도 하고 물고기도 잡고 수영도 하면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고 오면 아이들이 성장한다는 느낌이 든다.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협동심, 책임감, 사회성 등의 다양한 학습이 가능하다.

중2는 아직 어린 나이다. 부모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부모 마음에 안 드는 게 당연하다. 아이가 원하는 것이 다르다고 아이가 틀린 것이 아니다. 아이가 가진 삶의 방향이 부모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아이가 마음을 열고 진정한 교감을 나눌 수 있다.

중2병은 아이들 모두에게 오는 것은 아니다. 설령 오더라도 정도의 차이가 있다. 어릴 적 부모와의 스킨십, 대화, 체험활동 시간에 비례한다. 아이들과 꾸준히 교감을 나누었다면 중2병이 온다 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아이 스스로 이겨내거나 부모에게 도움을 청하는 현명함을 갖고 자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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