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북한이 남침을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중2가 무서워서’라는 우스개가 유행할 만큼 중학교 2학년은 다루기 힘들어 교사들이 담임을 가장 기피하는 학년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 된 1학년은 2, 3학년 선배들의 기에 눌려 대부분 6개월에서 1년은 조용히 지낸다. 1년의 적응기간을 거친 후 본격적으로 중학생활을 즐기기 시작하는 학년이 2학년이다. 활발하게 활동하다보니 다양한 사건 사고에 연루가 되고 중심이 돼서 중2병이란 용어가 일반화 된 것이다.

이 시기가 되면 마치 럭비공 같이 어디로 튈지 예상을 못해 담임교사들은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거 같다”고 토로한다. 특히 중학교 2학년과 사춘기와 같이 겹칠 경우는 백약이 무효일 정도로 다루기가 힘들다.

중2병은 백과사전에 ‘중학교 2학년 나이 또래의 청소년들이 사춘기 자아 형성 과정에서 겪는 혼란이나 불만과 같은 심리적 상태, 또는 그로 말미암은 반항과 일탈 행위를 일컫는 말’로 정의한다.

이 시기에는 자신만의 공간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표적인 행동이 방문을 잠그고 엄마에게 “노크하고 들어오세요. 제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주세요. 저도 이제 애가 아니란 말이에요”라는 말을 자주한다. 부모들에게 말대꾸가 심해지고 간섭을 거부한다. 반항기 가득한 눈빛으로 변하고 스마트폰만 쳐다보며 대화를 거부한다. 게임과 스마트폰에 집착한 나머지 학교에 지각하는 등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많다. 사춘기 특유의 감수성과 상상력, 반항심과 허세가 최고조에 이르며 현실기피, 우울증, 과대망상 증상도 보인다. 또한 자신이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성(性)과 이성에 관심이 높아져 외모에 관심이 많아지고 여학생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을 치장하게 되어 옷에도 관심이 많아진다. 엄마들이 “무슨 일로 그러는지 엄마와 얘기 좀 하자”고 해도 “엄마는 몰라도 돼. 그냥 내가 알아서 할게”라며 엄마를 무시하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최근에 교사들은 무기력증을 가장 심각한 증상으로 꼽기도 한다. 그저 만사가 귀찮다며 엎드려 잠만 잔다. 수업시간에 잠을 자고, 선생님이 건드리지 못할 정도가 되면 그런 것에 우월감을 느끼고 우쭐해 한다. 철이 들면 후회할 행동을 많이 한다.

작년에 요즘 말하는 ‘중2병’ 아들을 둔 교사 김수향(45, 여)씨는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친구들과 노는 것만 열중인 아들 때문에 한동안 걱정이 많았다. 하루에 게임을 7시간을 하고 피시방 갈 돈이 모자라 엄마 지갑의 돈도 슬쩍하다 두 번이나 걸리고, 공부는 중하위권을 맴돌았다. 밥을 먹으면서도 친구들과 카톡을 주고받느라 여념이 없고 엄마와 대화는 무조건 거부했다. 갈수록 성적도 떨어지고 잠도 부족해 보이고 학교에서 실시한 게임 중독진단 검사에서 ‘잠재 위험군’으로 판명됐다는 통보를 받고는 아들의 스마트폰을 뺏고 컴퓨터도 못하게 했다. 평소에는 소심하고 엄마에게 대들지 않던 아들이 처음으로 엄마에게 무섭게 대들었다. “친구들과 중요하게 이야기 할 일이 있는데 엄마 때문에 소외된다고. 단톡에서 나 혼자 얘기를 못하면 왕따를 당한단 말이야”라는 것이었다. 지금의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생명줄과 같다. 스마트폰을 뺏을 듯 말듯하며 적절하게 이용하며 아이들을 다루는 기술이 교사나 부모에게 필요하다.

그런 아들이 올해 3학년이 되면서 갑자기 변했다. 학교에서 선도부를 자원해서 맡고 오더니 공부하기 싫다면서 안 다니던 학원을 다시 다니게 해달라고 먼저 요청하기도 했다. 아들이 갑자기 왜 이렇게 변화가 됐는지 자세히 알아보니 올해 같은 반 짝꿍의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아들의 말에 의하면 “수학문제를 풀다가 잘 몰라 공부를 잘하는 짝꿍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그 친구가 어려운 수학문제를 척척 푸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어. 그러면서 친구가 ‘공부는 때가 있다. 지금 안하면 개처럼 살게 된다. 넌 너무 막 사는 것 같다’고 하는 말에 충격을 받았어. 나도 어른이 되어 무언가 되기 위해서는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러니 학원도 다시 다니고 과외도 받게 해줘.”

중학생들은 부모의 말보다는 교사의 말을, 교사의 말보다는 친구의 말에 더 큰 영향을 받는 다. 내 아이의 중2병, 좋은 친구를 주위에서 찾아 스스로 벗어나게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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