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하만주총… 절반 이상 동의 시 가결
반독점 규제 관련 각국 당국 승인도 남아
또 다른 복병, 이재용 부회장 검찰 재소환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인수·합병(M&A) 계획을 발표한 미국의 세계적인 전장 기업 하만(Harman)이 오는 17일 주주총회를 열고 삼성과의 합병 안건을 의결한다.

일부 주주들이 합병 반대 의사를 밝힌 상태에다가,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 정부기관 승인 등이 고비로 남아 있어 발을 동동 구르는 모양새다. 이재용 부회장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특검 재소환도 복병이다.

▲ 13일 오전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주총 50% 이상 동의 얻어야 ‘가결’

13일 업계에 따르면, 하만은 17일 오전 9시(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스탬포드시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연다. 이번 하만 주총의 안건은 ‘삼성전자와의 합병’ 건 등 총 4건이다. 안건은 주주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가결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신성장 분야인 자동차부문 전장·오디오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하만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인수 가격은 주당 112달러이며, 인수 총액은 80억 달러(약 9조 4000억원)다.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에 대해 “연평균 9%의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커넥티드카용 전장 사업에서 글로벌 선두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평가했다. 자동차 전장 분야 글로벌 시장 규모는 지난해 450억 달러에서 2025년 10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삼성 등은 전망했다.

하지만 일부 주주들은 “하만의 성장 가능성을 볼 때 가격이 지나치게 낮다”며 반대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하만 지분 2.3%를 보유한 애틀랜틱 투자운용은 “지난 2015년 하만의 주가는 145달러를 넘겼고 향후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며 주총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선포했다. 지난달 초에는 소액주주들이 ‘추가 제안 금지’ 조항과 ‘과도한 위약 수수료’ 등을 문제점으로 제기하며 하만 경영진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하만 인수와 관련해) 삼성의 입장은 변화가 없다”며 “미국 주주 행동 등의 결과를 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삼성과 업계는 삼성의 하만 인수에 있어서 우호 지분을 확보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만 주주에는 세계적인 투자기관들이 포함돼, 의결권 과반수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지난해 11월 21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대강의실에서는 삼성이 최근 인수하기로 결정한 하만(Harman)의 디네쉬 팔리월(Dinesh Paliwal)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을 방문했다. (왼쪽부터)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 손영권 사장, 하만 디네쉬 팔리월 CEO, 삼성전자 전장사업팀 박종환 부사장 ⓒ천지일보(뉴스천지)DB

◆당국 승인… 이재용 특검소환 문제

하만 주총에서 인수·합병이 승인된다 하더라도 각국 정부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또 하나의 넘어야 할 산이 있다.

합병안 통과 이후에는 미국이나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의 반(反)독점규제 관련 정부기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반독점규제는 기업 간 인수·합병으로 특정사업이나 제품에서 독점이 예상될 때 내려진다. 하만 제품이 판매되는 시장에서는 이를 따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통신사 AT&T가 모바일 업체를 인수하려고 구상했다가 반독점규제로 조기 차단됐고, 일렉트로룩스가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를 인수하려다 제동이 걸린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등 글로벌 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경우에 관련 분야의 경쟁사를 인수하면 독점 논란이 있겠지만, 이번 하만의 경우에는 자동차라는 신생분야이기 때문에 독점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며, 대형 인수·합병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비쳐왔던 만큼 이번 삼성의 하만 인수 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더구나 이날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박 대통령-최순실 게이트 관련 특검에 다시 소환된 점은 또 다른 난관으로 떠올랐다.

13일 박영수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다시 소환했다. 특검팀은 앞서 지난달 19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대한승마협회 회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과 협회 부회장인 황성수 전무, 삼성 미래전략실 장충기 차장(사장)과 김종중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등을 줄소환해 강도 높은 보강 조사를 벌였다.

최근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 정재찬 위원장과 김학현 전 부위원장을 불러,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공정위가 청와대의 압박을 받고 삼성 측에 혜택을 줬는지 등을 집중 살폈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해 영장 재청구를 목표로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해온 것으로 풀이되며, 이에 삼성은 초긴장 상태다. 삼성전자 측은 “(이 부회장 재소환 등을) 예상은 했지만 현실로 다가오니 첫 번째 소환 때보다 긴장된다”면서 “삼성은 청와대의 강요로 최순실 씨 모녀에게 승마지원을 했고, 합병 건은 무관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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