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프란치스코 교황, 조계종 종정 진제스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이영훈 대표회장, 원불교 경산 종법사.

[천지일보=박준성 박완희 차은경 기자] 종교 지도자들이 붉은 닭의 해인 정유년(丁酉年) 새해를 맞아 신년 메시지와 법어(法語)를 발표했다. 종교인들이 새해의 화두로 ‘평화’ ‘상생’ ‘변화’ ‘개혁’을 꺼내 관심을 끈다.

◆종교인, 비폭력 정신으로 ‘평화’ 이끌어야

가톨릭에서 새해 첫날인 1월 1일은 ‘천주의 성모마리아 대축일’이자 ‘세계평화의 날’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50회 세계평화의 날을 맞아 담화문을 통해 비폭력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교황은 평화를 이야기하며 폭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폭력은 복수와 파괴적인 분쟁의 악순환만을 야기할 뿐”이라며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면 기껏해야 강제 이주와 커다란 고통만이 생겨난다”고 성토했다.

교황은 “(전 세계) 모든 이들이 인간관계와 사회관계, 국제관계에서 사랑과 비폭력 방식으로 서로를 대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피해자 학대와 환경 파괴를 불러오는 전쟁과 테러 등의 폭력을 자행하는 목적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어 “어떤 종교도 테러 정신을 지니지 않으며, 폭력이야말로 하느님의 이름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폭력과 평화정신을 호소한 그는 평화를 이 땅에 실현하기 위해선 누구보다 그리스도인들의 실천적인 노력이 수반돼야 하고, 국제적인 공조를 이끌어내는 데도 힘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황은 “비폭력이란 하느님의 사랑과 힘을 강하게 확신하는 태도다. 교회는 국제기구 활동에 함께해야 한다”며 “그리스도인들은 모든 차원의 입법 활동에 효과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적극적 비폭력을 통한 평화 건설은 필수적으로 실천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새해를 맞아 발표한 신년 메시지에서 새로운 변화를 당부했다. 염 추기경은 날이 갈수록 새로워진다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는 고사성어를 언급하며 “끊임없이 발전과 성숙을 위해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들 고통에서 벗어나는 한 해 되길

불교계에선 정유년 신년 메시지를 통해 상생과 더불어 국민이 불의와 고통에서 벗어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진제스님은 신년 법어에서 “평화와 자유는 반목과 대립으로는 결코 이뤄질 수 없다”며 “내 허물을 성찰하고, 국민을 하늘같이 섬길 때 국민이 주인 되는 진정한 민주국가가 건설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천태종 종정 도용스님은 신년법어를 통해 새해엔 깨달음의 밝은 광명으로 자성(自性)의 등불을 켜라고 당부했다. 스님은 “어려움이 있을 때 오히려 삶의 의미가 더 깊어지는 법을 알아 무명 덩어리를 깨어 부수고 깨달음의 밝은 광명으로 자성의 등불을 켜라”고 강조했다.

불교에서 닭은 중생의 고통을 덜어주는 군다리보살의 화신이며 약사여래를 수호하는 12나한 가운데 진달라를 상징한다. 이러한 의미를 담아 신년사를 밝힌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진달라는 부정과 불의로 인한 고난으로부터 일체중생을 구제하시는 호법신장”이라며 “그 기운과 복덕이 모두에게 두루 가득한 정유년이 되기를 발원한다”고 기대했다.

◆회개 통한 진정한 변화 이끌어내야

개신교계에서는 신년사에서 국난을 극복하는 한 해가 되길 소원하며 변화와 개혁을 역설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는 신년 메시지에서 “희망의 새해를 맞이하면서 한국교회와 대한민국 그리고 온 세계 위에 하나님의 은혜와 평강이 가득하기를 기도한다”고 염원했다.

이어 이 목사는 “최순실 게이트로 암울했던 2016년을 보내면서 한국 사회는 변화와 개혁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며 “전화위복의 자세로 2017년을 열어나갈 때 새 희망은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올해, 한국교회 내에서 개혁운동과 회개를 시작으로 진정한 변화와 회복의 역사가 일어나길 소망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 조성암 대주교도 지난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회개의 중요성을 신년사에서 밝혔다. 그는 “이제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는 날, 우리 모두 ‘회개’를 우리 삶의 기초와 지배원리로 삼아야 한다”며 “오직 이 방식을 통해서만 우리나라와 세계 공동체를 고통스럽게 하는 모든 사회적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평화세상 여는 실천적 마음자세 절실

민족종교 원불교 경산 장응철 종법사는 신년사를 통해 세 가지를 제안했다. ‘마음에 공을 들입시다’ ‘그 일 그 일에 공을 들입시다’ ‘만나는 사람마다 공을 들입시다’.

경산 종법사는 “지금 국가와 세계는 새로운 난관에 봉착해 있다. 이 난관을 역사 발전의 커다란 경종으로 삼아서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새로운 평화 세상을 여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그리하여 사회, 국가. 세계에 새로운 질서가 정립되고 안정을 얻어서 평화 안락한 참 낙원 세계가 열리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실천적 마음 자세를 강조한 그는 “행복과 불행, 성공과 실패, 전쟁과 평화 등 모든 것은 마음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종교계를 이끄는 종교지도자들이 정유년 새해를 맞아 화두로 꺼낸 평화와 상생, 변화, 개혁 등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곳곳에서 실현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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