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중국역사상 최초의 왕사였던 이윤(伊尹, BC 1649~BC 1549)은 이수 강변에서 태어났다. 성장했을 때, 유신(有莘)씨에게 끌려가 농사를 짓고 살았다. 지위는 낮았지만 늘 천하를 걱정했다. 유신씨 군주가 현명하고 덕을 갖춘 것을 보고 기병하여 하(夏)를 멸하라고 권하고 싶었다. 군주에게 접근하기 위해 그는 일부러 궁실의 주방장이 됐다. 그의 능력을 발견한 국군은 음식을 관장하는 관리로 삼았다. 오랫동안 관찰한 결과 이윤은 유신씨는 국력이 약하고 하와 동성이기 때문에 혈연관계를 단절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윤은 이상적인 군주라고 판단한 탕(湯)을 찾아갔다. 마침 탕이 유신씨의 여자를 비로 맞이했다. 이윤은 공주를 호송하여 상(商)으로 갔다. 그는 요리와 오미(五味)를 인용하여 천하대세와 정치의 도를 분석하고 탕에게 하를 멸하는 대임을 맡으라고 권했다. 이윤에게 세상을 경영할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안 탕은 노예의 신분을 벗겨주고 우상으로 임명하여 최고의 집정자로 삼았다. 이윤은 탕을 도와 천하를 탈취하는 개국원훈이 되었으며, 나중에 3명의 상왕을 섬긴 공신이 됐다.

탕의 즉위 초에 5년 동안 가뭄이 계속돼 강과 우물이 마르고 논바닥이 갈라졌으며 풀마저 시들어버렸다. 탕은 교외에 장작을 쌓고, 소, 양, 돼지를 잡아 하늘에 제사를 올렸다. 자기의 잘못을 6가지나 열거하며 비를 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대한이 7년 동안 계속되자 탕은 상림(桑林)에 재단을 쌓고 기우제를 올렸다. 사관이 점을 친 후 사람을 희생으로 바쳐야 비가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탕은 기우제가 백성을 위한 것인데 어찌 백성을 해치겠느냐고 생각하고 자기를 희생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두발과 손톱을 자르고 목욕을 한 후 하늘에 빌었다.

“죄가 저 한 사람에게 있다면 만민을 벌할 수 없고, 만민에게 죄가 있더라도 모두 저 한 사람에게 있으니 백성들의 성명은 해치지 말아주십시오.”

기도를 마치고 장작을 쌓은 곳에 올라가 무당에게 불을 붙이게 하자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만민이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탕의 덕을 칭송했다. 통치자는 권력보다는 책임과 의무가 우선이다. 따라서 통치의 결과는 법이 아니라 도덕을 잣대로 평가해야 한다. 통치자에게는 무한책임이 있을 뿐이다.
탕이 이윤을 만나려고 팽씨의 아들에게 수레를 몰게 했다. 도중에 팽씨의 아들이 어디로 가시느냐고 물었다. 탕이 이윤을 만나러 간다고 하자 팽씨의 아들이 말했다. “이윤은 천하의 천한 사람입니다. 군주께서 그를 보시려면 부르면 되지 않겠습니까?” 

“귀가 총명해지고 눈이 밝아지는 약이 있다면 나는 억지로라도 먹을 것이다. 이윤이 나의 나라에 있으니 이는 훌륭한 의사와 좋은 약이 있는 것과 같다. 네가 나에게 이윤을 만나지 못하게 했으니 너는 나를 옳지 않게 만들었다.”

탕은 팽씨의 아들을 수레에서 내리게 했다. 상탕이 죽은 후 이윤은 탕왕의 장손 태갑(太甲)의 사보(師保)가 됐다. 태갑은 상탕의 대정방침을 지키지 않았다. 이윤은 태갑을 가르치기 위해 그를 성탕의 묘지인 동관(桐官)에 안치하고 본인이 대신들과 함께 공동으로 집정했다. 이 시대를 역사는 ‘공화집정’이라고 부른다. ‘이훈(伊訓)’ ‘사명(肆命)’ ‘조후(徂後)’와 같은 글을 지어 성탕의 법도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다스려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며,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다루었다. 태갑은 사실상 동궁에 유폐되어 3년 동안 깊이 반성하면서 성탕의 공업을 되살리기 위한 수행에 전념했다. 태갑의 변화를 본 이윤은 직접 동궁으로 가서 그를 영접하고 왕권을 돌려준 후 계속 보좌했다. 복위한 태갑은 근정수덕(勤政修德)하며 성탕의 정치를 계승했다. 상왕조의 정치는 다시 청명해졌다. ‘사기’에서는 제후들이 모두 은에 귀부하고 백성들은 평안해졌다고 평가했다. 이윤은 ‘태갑’ 3편을 지었다. ‘함유일덕(咸有一德)’편은 태갑을 찬양한 글이다. 태갑은 결국 훌륭한 군주가 되어 나중에 대종(大宗)이라는 칭송을 들었다. 모든 권력은 제어장치가 없을 때 부패한다. 탄핵을 받았지만 태갑은 이윤이라는 훌륭한 스승 덕분에 재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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