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 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창군 이래 처음으로 국방부 내부 인트라넷인 ‘국방망’이 해킹을 당해 일부 군사 기밀이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6일 지난 9월에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백신 중계서버’에 악성코드가 유입된 사실을 파악하고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해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는 것이다. 우리 군의 사이버 작전을 총괄하는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해킹당한 사실만도 놀라운데 해킹당한 사실을 2개월 지나서야 알고 아직도 피해상황을 조사 중이라니 더 충격적이다. 해킹을 주도한 IP주소는 북한 해커들이 활동하는 중국 선양이며, 악성코드도 북한이 사용한 것과 유사하여 북한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북한에게 공격을 당한 뒤 피해 파악마저 이처럼 어렵다면 날로 고도화되는 해킹을 우리 군이 무슨 수로 막아낼지 걱정이다.

국가 주요기관에 대한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한두 번이 아니다. 2011년 농협전산망 마비 사건, 2013년 방송·금융사 시스템 파괴, 2014년 한국수력원자력 해킹 등이 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해킹으로 군 내부 전산망을 통해 작전계획 같은 중요 군사기밀이 유출됐을 가능성을 우려한다. 북한이 우리 작전계획을 빼내 갔다면 한·미 연합군은 현 작전계획을 전면 폐기하고 새로 짜야 한다. 다만 국방부는 “인트라넷은 주로 인사·행정 업무에 쓰이기 때문에 군사기밀은 많지 않다. 군사작전과 같은 정말 중요기밀은 ‘전장망’을 통해 주고받는데 이번에 전장망은 뚫리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군 내부 전산망이 해킹된 사실만으로도 불안하다. 심지어 국방부 장관의 컴퓨터까지도 해킹 당했다니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힐 뿐이다. 정부 관계자는 “군은 내부 전산망과 외부 전산망이 분리돼 내부망은 해킹 우려가 없다고 해왔는데, 이번 사건을 보니 우리 국방 정보의 핵심부가 지난 2년간 해킹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고 인정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 컨트롤타워가 흔들리는 가운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대남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서울을 겨냥한 대규모 포병사격훈련을 참관하며 ‘남조선 것들을 모조리 쓸어버려야 한다’는 극언도 했다. 유엔의 대북 제재와 한국·미국·일본의 독자 제재 조치에 반발해 북한이 어떤 도발을 감행할지 모른다. 사이버테러로 군사 지휘·작전용 컴퓨터를 무력화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아울러 북한을 포함한 국제 해킹조직의 사이버테러가 전 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북한군은 6800여명의 사이버 전력을 운영하고 있는데 해킹 사이버테러건이 발생할 때마다 그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북한은 컴퓨터에 소질이 있는 중·고교생을 선발해 장기간에 걸쳐 해커로 육성한다고 한다.

국방망의 해킹은 국가안보와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다. 내부 전산망에 있는 수많은 군사기밀이 빠져나갔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군사기밀이 유출됐는지는 알기조차 힘들다. 이번 사건은 남북 간 사이버전쟁에서 참패했음을 의미한다. 군사기밀을 모두 털린 판에 실제 전쟁 상황에서 나라를 지킬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유출된 군사기밀과 관련된 내용을 전면 수정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최순실 사태로 국정은 혼란에 빠져 있다. 국가수호를 책임지는 국방부는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이번 해킹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빈틈없는 국가안보 구축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국가 사이버 보안을 위해 2010년 창설된 국군 사이버사령부는 제 위상을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 국군 사이버사령부는 관련 경력을 쌓지 못한 장성이 사령관을 맡았다가 1년에 한 번꼴로 바뀐다. 2010년부터 수장이 6번 바뀌었다. 처음에는 공군이 맡았는데 그 후 육군 출신이 5명째 사령관에 올랐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고위 장성의 자리보전용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마저 2012년 대통령 선거 전후 정치개입 댓글사건으로 신뢰를 잃어 본연의 업무마저 흔들리고 있다. 국군 사이버사령부를 비롯한 사이버 보안 관련 기관들이 사이버테러 방어 임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사이버 보안 관련 조직과 인력, 예산을 재점검하고 미비한 점은 보완하는 강력한 대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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