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 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국회는 지난 3일 예산안을 의결함으로써 우리나라의 내년도 살림살이 규모가 확정됐다. 올해 예산보다 14조 1000억원(3.7%) 늘어난 규모다. 사상 처음으로 예산이 400조원이 넘는 이른바 ‘슈퍼예산’ 시대가 열렸다. 정부 재정 규모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100조원, 참여정부 때인 2005년 200조원,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3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박근혜 정부 때 400조원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정부는 국회에서 일자리 지원 및 서민생활 안정, 경제 활력 회복, 국민 안심 분야 예산이 정부안보다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소재부품산업, 바이오 의료기술 등 미래 신산업 육성을 위한 R&D 사업 지원이 확대됐다. 바이오 의료기술 개발, 신산업창출 파워반도체 상용화, 레포츠 섬유발전 기반구축 등의 예산을 늘렸다. 정보통신기술(ICT)·소프트웨어(SW)융합 R&D 사업인 ‘ICT 융합 인더스트리 4.0’ 예산도 정부안(130억원)보다 12억원 증가했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를 위한 재원 500억원도 예비비로 편성했다. 어린이집 교사 근무여건 개선을 위한 보조교사 인력 증원, 교사수당 인상 예산을 반영했다. 지진조기경보 구축·운영 등 지진을 대비한 인프라 구축 예산과 재난관리전문인력 양성 예산도 정부안보다 많은 예산을 배정했다.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이었던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해선 앞으로 3년 동안 필요예산의 45% 수준인 8600억원을 정부가 직접 지원하기로 했다. 야당이 주장해온 법인세는 인상하지 않기로 하는 대신 연소득 5억원 이상에 대한 세율구간을 신설해 세율 40%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4만 6000여명의 고소득자의 세 부담이 지금보다 2%, 약 6000억원이 늘어난다.

박근혜 정부 핵심사업인 이른바 최순실표 예산인 문화, 체육 분야 예산이 1800억원 줄었다. 대표적으로 문화창조 융합벨트사업으로 가장 많은 779억원이 삭감됐다. 당초 예산안 1278억원에서 61%나 감액됐다. 콘텐츠코리아펀드 출자사업이 270억원, 가상현실콘텐츠육성 예산 사업도 81억원 깎였다.

그러나 교육·복지·고용분야의 예산은 약 130조원으로 전체 예산의 30%가 넘는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과 노인, 장애인 대상 일자리 예산은 17조 5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0% 늘어난 건데 여기에 국회에서 500억원을 더 증액했다. 저소득층을 위해 최저생활보장을 위한 생계급여로 511억원을,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 도심 내 다가구 매입임대 주택 공급을 1000호 늘리는 데 950억원을, 영구임대아파트 시설 개선을 위해서 25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예산부수법안으로 소득세법을 개정해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구간을 신설하여 최고세율은 38%에서 40%로 올렸다. 정부는 소득세법 개정안으로 고소득자 4만 6000명의 세 부담이 지금보다 2%포인트 늘면서 매년 6000억원의 세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직장인들의 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카드 공제 혜택을 2018년까지 2년 연장하고 소득에 따라 신용카드 공제 한도가 달라진다. 대기업 비과세, 감면 혜택이 줄어든다. R&D 비용에 적용되는 기존 세액공제율을 1∼3%로 낮추고 R&D 비용 증가분에 적용되던 공제율도 30%로 줄였다.

그러나 슈퍼예산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뒷말도 많다. 유력의원들의 쪽지예산으로 특정지역 내 예산이 크게 늘어 최순실 예산을 삭감해 지역구 예산으로 돌렸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당리당략으로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사업이 전액 삭감되고, 의료시스템 수출지원과 해외환자 유치를 위한 예산, 고용노동부의 구직급여 예산 3262억원과 조기재취업 수당사업 예산 380억원이 삭감됐다는 점은 아쉽다.

이번 예산안 처리는 법정시한을 비교적 지켰다는 평이다. 그러나 예산안 졸속 심의와 실세 의원들의 민원성 쪽지 예산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이제 예산안이 통과됐으니 정부와 국회는 내년 예산을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효율적 집행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40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예산액을 투입한 만큼 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구조를 개선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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