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 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지난 11월 21일 미국의 국제인권단체인 프리덤하우스는 ‘2016년 인터넷 자유도’ 보고서에서 한국이 전체 점수에서 36점을 기록하여 조사 대상 65개국 가운데 22위에 그치며 6년째 ‘부분적 자유국’에 머물렀다고 발표했다.

‘인터넷 자유도’란 인터넷을 얼마나 자유롭게 쓰는지, 인터넷에 각자의 의사를 얼마나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지, 인터넷 사용자 권리가 보호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이다. 점수는 0점에 가까울수록 자유도가 높다. 보고서는 세계 인터넷 인구 88%를 차지하는 65개국의 인터넷 자유도를 조사해 작성됐다.

에스토니아와 아이슬란드가 6점으로 공동 1위에 올랐고 캐나다와 미국, 독일이 각각 3, 4, 5위였다. 주요국가 중에서는 일본과 영국, 프랑스가 각각 7, 8, 9위에 이름을 올렸고 필리핀(13위), 브라질(18위), 나이지리아(20위) 같은 나라의 순위가 한국보다 높았다. 이번 조사로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 3분의 2가 정부 검열 아래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는데 일부 국가에서는 소셜미디어, 메시징 앱 단속이 강화되면서 세계 인터넷 자유도가 6년 연속 하락했다. 중국은 2년 연속 최악의 인터넷 자유국으로 꼽혔으며 시리아와 이란이 뒤를 이었다. 북한은 조사 자체가 어려워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 척도는 점수가 높을수록 부정적인데 한국의 인터넷 자유도 점수는 2013년에는 전년 대비 2점 줄어든 32점을 기록하며 다소 개선됐지만 2014년 33점, 2015년 34점에 이어 올해에도 계속 악화됐다. 내용으로 보면 한국에서 인터넷을 얼마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25점 만점에 3점으로 매우 좋았지만,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내용들이 얼마나 자유로운지에 대해서는 35점 만점에 15점을, 그리고 사용자 권리보호에 대해서는 40점 만점에 18점을 각각 부여받아 다소 미흡했다.

프리덤하우스는 한국의 인터넷 자유도가 하락한 이유로 분석 기간인 지난해 6월부터 금년 5월 사이에 한국의 인터넷 자유도와 관련해 발생한 중요한 사건을 먼저 꼽았다. 국가정보원이 테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사법부의 감시 없이 개인 통신기록을 열람할 권한을 얻은 테러방지법이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일을 말한다. 또한 “한국 규제기관이 민감한 갈등 사항에 대해 합법적으로 콘텐츠를 검열한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무분별한 제재와 검열도 문제로 삼았다. 아울러 “2016년 한국의 규제기관이 네이버 포털의 온라인 동성애 드라마에 대해 ‘규제’를 하라고 했다”면서 성소수자를 다룬 콘텐츠 제재 문제를 지적했다. 지난 3월 22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웹드라마 ‘대세는 백합’의 동성키스 장면이 청소년에 대한 유해성이 있다며 시정요구를 결정한 바 있다. 웹사이트 검열도 도마에 올랐다. 프리덤하우스는 “2016년 5월 영국 언론인은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 ‘노스코리아테크’가 한국 규제기관에 의해 차단당해 이의를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프리덤하우스의 발표로 우리나라가 인터넷 보급률이나 활용도는 세계에서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표현의 자유나 사용자 품격, 책임 있는 권리행사 등에선 여전히 취약하다는 것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앞으로 우리는 부족한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보다 더 보장하고 사용자 권리보호를 제고하도록 법·제도적 보안과 운영상의 부족한 점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인터넷 자유도 제고가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인터넷에 분풀이하듯이 적개심으로 자신과 다른 의견을 표현하는 상대에게 무차별 공격하거나 대립과 갈등 조장하는 행위를 자유롭게 허용해서는 안 된다. 사생활이나 인권을 침해하고 국가의 기본질서유지와 국가안전보장을 위태롭게 해서도 안 된다. 즉 인터넷 자유도는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사생활 보호 및 인권보호와 조화,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공공의 질서 유지 및 국가 안전보장과의 균형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정한 인터넷 자유도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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