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불거진 지 채 두 달도 안 되었다. 알고 보니 단순히 최순실이 국정을 좌지우지한 사건이 아니었다. 국정농단의 몸통은 따로 있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다. 현재 TV에선 최순실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다. 최순실이 공황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출석을 거부한 탓에 ‘주인공 빠진 청문회’라고 조롱을 받고 있다. 문제는 따로 있다. 진짜 주인공이 빠져 있다. ‘박근혜 청문회’가 열려야 한다. 한발 양보하더라도 박근혜-최순실 청문회가 되어야 한다. 국정농단의 처음과 끝은 박 대통령의 권력 사유화다. 대한민국의 일을 마치 자신의 가정사처럼 다뤘다. 

‘박근혜 가족교과서’로 불리는 국정역사교과서도 권력사유화의 사례다. 홍승희 작가가 ‘역사는 너의 집 가정사가 아니다’는 푯말을 들고 1인시위를 했는데 핵심을 정확히 짚었다. 베일에 쌓여 있다 공개된 국정교과서는 박정희 미화, 새마을운동 찬양, 친일파를 친일인사로 표현하기, 친일파 행적 대폭 축소, 대한민국 임시정부 법통 훼손, 위안부(일군 성노예) 왜곡·축소 등을 통해 박정희, 박근혜 가문의 치부는 가리고 업적은 찬양 미화하는 작업에 충실했다.

박정희, 박근혜 가문의 업적 찬양하기는 역사교과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전국 곳곳에 박정희 동상과 기념시설을 만들고 있다. 이미 만들어진 동상과 시설도 차고 넘치는데 말이다.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는 지난 11월 초 출범식을 열고 ‘광화문에 박 전 대통령의 동상이 서야 대한민국이 제대로 설 수 있다’며 광화문광장에 박정희 동상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을 앞세워 대대적인 모금운동을 예고했다.

정부와 경상북도, 구미시는 박정희 생가 근처에 870억의 새마을테마공원 사업, 286억의 생가 주변 공원화사업, 200억의 박정희 역사자료관 건립 사업등 1000억대가 넘는 박정희 미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게다가 대구, 경북은 박정희 탄생 100주년을 맞아 국비 47억을 포함하여 1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책정해 놓고 있다. 이들 사업이 끝난 뒤 박정희 생가 근처의 기념 시설 운영에 드는 비용이 매년 75억에 이를 것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박정희를 찬양하고 기념하고자 하는 이들의 염원과는 달리 민심은 사납다. 박정희 생가 추모관은 대통령이 ‘하야’하지 않아 화가 났다는 한 국민에 의해 불탔고 구미의 박정희 동상엔 독재자라는 낙서가 쓰였으며 서울의 한 공원에 있는 박정희 흉상은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되었고 옥천군이 혈세를 들여 추진한 육영수 여사의 탄신제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서울시장과 인천시장은 광화문에 박정희 기념 동상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 

박정희, 박근혜 가문의 ‘영광’을 기록하고자 하는 욕심은 3.15의거기념관까지 뻗쳤다. 3.15의거가 있었기에 4.19혁명이 가능했다. 3.15의거, 4.19혁명을 짓밟고 들어선 쿠데타정권이 바로 박정희정권이다. 3.15의거기념관엔 박정희, 박근혜 부녀를 찬양하는 홍보영상물이 전시되고 있고 박근혜의 대형 사진이 결려 있다. 명분은 ‘3.15의거 후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독재정권에 맞선 항쟁을 기리는 기념관에 3.15의거, 4.19혁명을 부정하고 들어선 박정희를 찬양하는 내용의 홍보물을 전시하고 쿠데타정권을 미화하기 여념이 없고 독선, 독재정치를 하는 박근혜의 사진을 전시하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 행동인가? ‘박근혜 권력 사유화’의 전형이고 민주영령 욕보이기다. 

기념관 운영 당국은 박근혜의 헌법 파괴와 국정농단이 문제가 되자 박근혜 사진을 철거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다시 전시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 누군가의 외압이 있어 다시 설치했다고 하는데 그 외압의 실체가 누구이겠는가? 국가보훈처 말고 다른 누가 있겠는가? 국가보훈처는 답해야 한다. 지금까지 민주영령을 욕되게 한 박정희, 박근혜 찬양 홍보물 전시와 박근혜 사진 설치, 그리고 철거 후 재설치에 압력을 행사했는지 답해야 한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3.15의거기념관은 박정희, 박근혜 흔적을 말끔히 지우기 바란다. 

우리는 이승만 독재를 철저히 청산하지 못하고 망명으로 마무리한 부끄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유신세력을 철저히 청산하지 못한 탓에 박근혜 같은 쿠데타 옹호 세력이 권력을 잡고 유신독재에 앞장섰던 김기춘 같은 자가 국정의 한가운데 서는 비극을 겪었다. 탄핵정국을 맞고 있는 이 시점에 잊지 말아야 할 역사다. 쿠데타와 독재자를 기리는 나라는 언젠가 쿠데타가 재발하고 독재가 부활되는 고통을 당할 것이다. 쿠데타의 역사는 철저히 청산하고 독재자와 부역세력은 인적청산을 해야 한다. 독일은 히틀러 옹호 세력이 공직에 진출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는 법과 제도를 가지고 있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우리도 쿠데타 옹호세력은 공직에 진출할 수 없도록 법적, 제도적 방안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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