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 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글로벌리즘이 아닌 아메리카니즘이 우리 신조다. 다른 나라와 체결한 모든 무역 협정을 재협상하겠다”고 지난 7월 미국 공화당 대통령후보 지명 수락연설을 한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지난 6월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결정에 이어 설마 하던 일이 일어나자 세계 경제는 혼돈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자가 미국의 지도자로 등장하자 미국을 중심으로 신고립주의가 부상하면서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대선 기간 내내 미국국익 최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강조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에 우려하는 전망이 많다. 모든 FTA는 미국 일자리와 경제 이득을 뺏어가는 조정 대상이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북미자유협정(NAFTA)도 상당히 비판적이다. 중국, 일본, 멕시코에 대해 부정적이며 특히 중국에는 환율조작국 선포, 지식재산권 침해 인정 요구, 수출보조금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전 세계 영향력이 높은 미국 통신·방송 정책 방향의 변화도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망 중립성 원칙’을 앞세워 구글과 페이스북이 주도하는 인터넷산업을 국가 성장 동력으로 삼고 보호했으나 인터넷 기업보다 통신사업자의 자유를 보장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릴 것으로 예견된다.

트럼프 공약이 현실화되면 글로벌 경기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금융기업 바클리에 따르면 미국과 상대국의 관세 인상 등으로 글로벌 교역이 10% 줄면 무역 규모로 약 5조 4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트럼프 공약대로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에 대해 정부가 간섭하면 통화정책의 중립성이 훼손되고 인플레이션 관리 능력 부족, 예산 적자를 메우기 위한 중앙은행 발권력 남용 등도 우려된다.

한국 경제정책의 변화는 물론 국가위기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우리 수출이 둔화되고 한미 군사 동맹이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주력 상품인 자동차를 비롯해 TV, 스마트폰 등의 수출이 큰 폭의 감소도 예상된다. 트럼프는 한·미 FTA를 비난하고 있어 재협상 대상이 되고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하지만 트럼프시대가 한국 경제에 ‘위기이자 기회’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트럼프 공약이 현실화되면 미국도 경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를 무시할 수 없다고 한다. 미국이 중국, 멕시코로부터 수입하는 규모는 전체 수입 35%를 차지하고 있어 무역 갈등으로 확산된다면 수입물가 상승으로 미국 가계 실질소득이 줄어들고 수출 감소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인 점을 감안하면 대화와 협력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트럼프가 강조한 미국 제조업 부흥과 대규모 인프라 투자 확대와 전통 에너지 투자는 우리나라에 기회가 되고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트럼프가 ‘실리주의’ 원칙으로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여 한미 양측의 실리를 바탕으로 접근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도 전망한다. 보호무역 강화가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대규모 인프라, 전통 에너지 투자는 우리나라에 기회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거대한 변화에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만큼 한국은 여러 가능성에 대한 상황별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대비해야 한다. 안보는 물론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부, 기업이 합심해 신속한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견고한 한미동맹 관계에 변화가 없도록 양국 간 경제·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최순실 파문’으로 국정이 극도로 혼란스럽다. 현재의 정부는 추진 동력을 잃었다. 아무리 대책회의를 한다고 해도 힘이 실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긴박한 상황을 극복하고 국가 경제를 관리할 컨트롤타워를 작동시켜야 한다. 정치권도 정쟁보다는 국가를 위한 역량을 발휘할 때다. 무너진 국가 컨트롤타워 복원 등 대응책 마련에 여야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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