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교수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의 퇴진, 하야’를 외치는가 하면, 미국에서는 대통령 당선인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확정됨에 따라 잦은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반(反)트럼프’ 시위,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태도의 불만’ 등으로 인해 어수선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몸살을 앓고 있는 듯하다. 국민들은 일에 열중하기는커녕, 하던 일조차 손에 잡히지 않고 있으며 민심은 불안하기까지 하다. 한편 남녀노소가 동참하는 시국선언은 각계각층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한국은 큰 혼란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촛불집회가 국외 재외동포들도 동참하고 있다는 데 그 의의가 남다르다. 11월 12일 미국 워싱턴DC를 비롯해 뉴욕, 로스앤젤레스, 일본 동경, 프랑스 파리 등 세계 10여개국에서 열렸다. 민심은 극도의 분노, 불만, 염려로 가득 차 있다. 12일 열린 촛불집회에서는 서울에서만 무려 100만명이 운집했다. 그야말로 초대형 집회였다.

광복 이래 나라의 근간을 흔든 우리나라 대통령 하야 사건은 1960년대 초 일어난 이승만 대통령 하야를 들 수 있다. 이 사건은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한 민중의 봉기였다. 민중봉기의 도화선은 3.15부정선거와 4.19사태였는데, 정부가 민심을 잘 다스리지 못한 소치였다. 진정성이 없는 민심을 선동한 정치인, 정치는 오래 가지 못한다. 임기응변의 거짓말이 정의를 구현하지 못한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닌가.

다수 국민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 12일 촛불집회는 인상적이었다. 과거 시위 양상에 비해 선진적인 시위로 비폭력적, 평화적 시위로 끝났다. 국내외적으로는 성숙된 시민의식, 선진화된 시위 형태를 알리는 계기였다. 어쨌든 현 시점에서 부실한 국정운영의 책임을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하루빨리 민심을 수습하고 대책을 마련,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잘못된 모든 결과가 대통령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물론 대통령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최종 결정권자이다. 일부 관료집단의 행정편의주의, 권력남용, 현실안주라는 고착화되고 편협된 사고방식과 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진정성을 가지고 국민과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국민을 위해 올바른 정책을 만들고 이를 반영하려고 했는지. 또 옳다고 판단했다면 실행에 옮기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대부분 원론적인 언급만 해온 게 사실이다. 이래선 안 된다. 정책의 중심에는 국민이 있다. 일방적으로 소수의 의견을 무시하려는 태도, 민의를 정상적인 방법으로 수사하기는커녕 방해하고 무시하지는 않았는지. 힘의 권력에 의해 상부의 눈치를 보는 기관, 담당자가 있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요원하다.

광해군 때 유명한 영의정이었던 이원익은 왕의 권세에 굴복하지 않고 소신껏 정치능력을 발휘했다. 그가 제정, 실시한 ‘대동법’뿐만 아니라 청렴·결백함은 모든 관리와 백성으로부터 존경심을 스스로 우러나게 만들었다. 정치인은 당파를 떠나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염두에 둬야 한다. 이제부터 안이한 상황 인식과 대응만 있어선 안 된다. 1987년 6월 항쟁이 더 이상 안 일어난다는 보장이 어디 있겠는가. 정치적 불안, 갈등이 경제의 활력에 영향을 줘선 안 될 것이다. 해외에서 우리 기업은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에서 한국은 선호국가 1위로 등극돼 있는데, 이러한 역할에 기업이 주도적으로 견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리더십 실종으로 인해 사회적 불만을 야기시켜서는 안 된다. 당면한 어려움에서 벗어나 비온 뒤의 땅이 더 굳어지듯이 국가성장의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