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교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인 ‘김영란법’이 시행되자마자 사회 전반적으로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불필요한 상납 관행·문화를 없애고 청렴도 높은 사회·국가로 도약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동안 고질적인 상납 관행·문화의 고착화 현상은 대부분 실적지상주의에 따른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전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원리원칙주의자를 왕따시킨 반면, 권모술수(權謀術數)에 능한 사람을 인정받게 했으니 건전한 팀워크가 이뤄질 리 만무했던 것이다.

‘김영란법’은 동요된 민심을 추스리는 한편, 사회·국가적 청렴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관행을 없애는 시스템적 접근이자 특단의 대책이다. 분위기마저 탈권위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니 민심을 바로잡기 위한 과감한 체질개선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요즘 공공기관 주변의 식당가를 방문하면 예전과 달리 한산하다. 바뀌어도 크게 바뀌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갑질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직무 관련성이 있든 없든 공직자들의 행동이 과거와 사뭇 다르다.

접대 관행·문화는 암암리에 만연되어 왔다. 그 방법이 금품이든 선물이든 술이든 다양했다. 접대 관행·문화가 존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조직의 생존,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수단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 또한 현실이었다. 성장의 이면에 이와 같은 부정부패가 성행했으니 부실공사 등이 등장한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이뤄졌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접대·청탁, 각종 명목의 금품제공 등으로 상납해야 했다. 그래야만 협력업체로서 역할이 주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고착화된 관행! 알고도 묵인했다. 설령 처벌이 필요하다고 해도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직무와 무관하도록 만들었다. 때문에 무죄판결 또는 솜방망이식 처벌을 할 수밖에 없었다. 법의 처벌은 그야말로 관용의 원칙에 따랐다.

청렴성을 확보하는 근간이 될 ‘김영란법’은 분명 국격을 격상시키며 청렴국가로 도약하는 발판이다. 아직도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대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고위공직자로 한정하느냐, 확대하느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적용 대상을 민간 영역까지 확대한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위헌이다’ ‘지나치다’라고 언급하는 것은 섣부른 결정이다.

공직자든, 민간이든 일은 공정하게 수행돼야 한다. 사적인 이익, 탐욕에 치중돼서는 안 된다. ‘부패와의 전쟁’ ‘부패 무관용의 원칙’이 일반화된 나라들을 살펴보자. 미국·독일·덴마크·핀란드·스웨덴 등이 있다. 미국은 감사를 하는 공무원이 도시락으로 샌드위치를 준비한다. 또 공직자가 금품수수를 할 경우 징역으로 최대 15년, 벌금으로 25만 달러를 부과하게 하고 있다. 독일은 어떤가. 청탁과 금품 수수에 대해선 그 어떠한 이유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덴마크 국회의원의 출퇴근 상황을 살펴보자. 덴마크는 국회의사당에 주차장이 없다. 왜 그런가. 자전거 또는 도보로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스웨덴, 핀란드에서는 누구에게든지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핀란드 공무원들이 자주 듣는 말 가운데는 ‘공무원들에게는 따뜻한 맥주와 찬 샌드위치가 적당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철저히 중립을 지키는 공직자의 윤리 의식을 나타낸다.

우리는 그동안 청렴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다양한 청렴정책, 제도, 규제의 도입 및 실행도 중요하지만 ‘청렴’에 대한 강한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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