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교수

 

최근 다단계 판매 사업이 전 세계 70여개국에서 이뤄지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다단계 판매는 1995년 방문판매법에 따라 합법화돼 있다. 이에 따라 2015년 기준으로 국내 다단계판매업체 수는 무려 142개에 달한다. 그러나 여전히 다단계 판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여론이 많다. 피라미드 구조에 의해 이익을 창출한다는 점 자체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단계 판매는 엄밀히 말해 특정 상품을 파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피해자를 양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온 게 사실이다. 예를 들면 사재기, 강제 구매, 대출 등을 유도하기도 했다. 과거에 비해 다소 진전되기도 했으나 아직도 요지부동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때문에 인식 개선을 하기까지에는 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고령화의 진전, 정년 연장, 3D업종의 기피 현상 등으로 인해 청년층, 대학생들의 취업난이 심각하다. 취업절벽이란 유행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이런 처지에 있는 청년층,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취업을 빙자하거나 이를 악용해 불법 피라미드·다단계 판매원으로 유인하는 경우가 있다.

청년층이나 대학생들은 대부분 사회 경험이 부족하다. 이들에게 건전한 경제관·가치관을 갖도록 하는 것은 사회적·국가적 책무이다. 그런 면에서 꿈을 현실화시키도록 동기부여와 희망을 줘야 한다. 그런데 불법 다단계업체에서는 단기간에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는 명목으로 강제 합숙까지 시키며 불법적으로 교육을 받게 한다. 이로 인해 가정파괴, 건전한 인간관계를 무너뜨리고 사회적·경제적 부작용과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중국에서도 한국에서와 마찬가지 현상이 일고 있다. 가정에까지 피해를 준 경우를 보자. 필자는 며칠 전에 대학생 1명이 불법 다단계 판매 회사에 포섭돼 교육 받는 도중, 부모에게 발각돼 경찰까지 출동한 경우를 본 적이 있다. 자식의 무단가출로 인해 부모는 하던 일까지 중단했다고 한다. 자식이 착하고 올바르게 자라기를 바라는 게 한결같은 부모의 심정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목격한 부모의 심정이 어떠하겠는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다단계 판매 회사 판매원 중 상위 1% 정도의 판매원만이 월평균 472만원 수입을 올리지만 나머지는 3만 9천원대의 수입에 그쳤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같은 수치에서 보듯 다단계 판매에서 고수익을 올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고가의 물건을 강매하기 위해 대출까지 받아야 한다면, 이는 신용불량자가 될 가능성이 짙다.

불법 다단계 피해를 예방하고 건전한 가치관·경제관을 형성하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명확한 목적과 내용을 밝히지 않은 사업설명회 참가를 거절해야 한다. 불법 다단계 회사에서 사업자·판매원을 모집하는 경우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게 비일비재하다. 또한 ‘단기간에 고수익 보장’이라든가 상품을 강제 구매하도록 하고 합숙을 강요한다면 일단 불법으로 간주해야 한다. 물론 다단계라고 해서 모두가 불법인 것은 아니다. 따라서 합법적인 다단계 업체인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범사회적 차원에서 불법 다단계 판매에 대한 피해실태 및 예방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진정한 성공과 올바른 경제가치관의 형성은 땀과 노력이 동반돼야 함을 일깨워 줘야 한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진화되고 성숙한 다단계 모델이 제시돼야 다단계에 대한 인식 개선이 앞당겨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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