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교수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독일, 스위스 등 유럽 국가들은 이민자 유입을 장려했다. 이는 국가동력원인 더 많은 생산인구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추진한 이민정책은 90년대 이후 이민자 수의 급증, 높은 범죄율, 높은 실업률 양산으로 인해 실패를 가져왔다. 프랑스, 영국, 독일 등에서 다양한 다문화주의를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의 원인은 이민자들의 사고방식, 풍습 등을 충분히 적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민국에서는 이민자를 대상으로 오로지 자국의 법, 제도, 풍습을 동화 내지 흡수정책 위주로 적용하려 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현지인의 반이민 정서와 이민자의 부적응, 현지인과 이민자 간의 갈등을 불러왔다. 최근의 이민 양상은 과거와 달리 판이하게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다양한 다문화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들의 정서· 풍습 등을 얼마나 심도 있게 반영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유럽에서 실패한 다문화정책이 우리에게 적용 안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정책 수행에 있어서 공통점은 내국인, 외국인에게 어떠한 우려도 있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아울러 국내 유입 외국인들은 국내 현지에 잘 적응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현지화 전략의 부족 또는 부재가 있어선 안 된다. 성공정착의 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소매 유통업체인 까르푸의 경영방식을 보자. 이 업체는 1996년에 한국에 진출했지만 10년 후인 2006년 철수했다. 철수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로 현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기업에서의 현지화란 현지 소비자들의 특성과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맞춤형 경영방식이라 할 수 있다. 특정 제품, 특정 국가에 적용될 수 있는 표준이 범세계적으로 표준이 될 수는 없다. 물론 글로벌 표준이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획일적인 표준화란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해서도 안 된다.

까르푸의 매장 진열대 설치에 있어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자. 이용 대상이 주로 내국인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우선 신체 조건을 생각할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해서 진열대의 높이, 간격 등을 정해야 함은 상식이다. 그 당시 한국인들의 신체 조건은 유럽인들과 다소 차이가 있었다. 한국인의 신장을 고려할 경우, 매장 진열대 높이는 1.8미터를 초과해서는 안 되었다. 그러나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2.2미터 높이로 함으로써 획일적인 표준화를 적용했다.

조직이나 집단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더군다나 획일적 문화가 아닌, 문화적 다양성을 실행하고 그 차이점들을 활용하는 것은 균등한 글로벌화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렇듯 다양성과 현지화를 인정, 존중해야 하는 것은 글로벌 시대에 적응하고 이를 이끌어 가기 위한 준거이다. 그 가운데서 포괄적 문화적 다양성 정책을 만들어 적용하는 것은 문화적 충돌을 최소화하고 문화 차이를 이해하기 위한 필수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지구촌 시대에 국외여행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몇 년 전 호주를 여행하던 한국인 여행객 한 명이 호주 현지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원인은 이 여행객이 출입금지구역에 들어갔다가 맹독성이 있는 해파리(jellyfish)에 쏘였기 때문이다. 경고 표지판에 출입금지에 대한 표시와 설명이 있었지만 이를 무시했다. 여행객의 과실이 주원인이었다, 하지만 호주에서는 과실원인에 대한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고 치료에 정성을 다했을 뿐만 아니라, 응급의료비 일체를 무료로 제공했다. 인간존중, 다양성 존중, 현지화 전략을 실천한 사례다.

다민족·다문화 사회의 형성과 증가는 피할 수 없다. 국가 브랜드 가치는 인간평등·인간존중의 정신을 실천하는 데서 비롯된다. 문화적 갈등·충돌을 최소화 시키고 문화 존중을 통한 경쟁력 확보, 창의적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 그런 면에서 다양성 존중과 현지화 전략은 경쟁 우위를 점하고 다양한 효익을 창출하는 창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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