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사상 초유의 국정스캔들을 불러온 ‘최순실 게이트’로 나라가 어수선하다. 아무런 정부 직책을 갖지 않은 최순실씨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에 개입하고 그의 딸 정유라씨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는다.

개인적으로 지난 30년 동안 스포츠기자와 칼럼니스트, 대학교수 등으로 활동해 오면서 요즘처럼 스포츠로 인해 낯이 뜨겁고 부끄러운 적이 없었다. ‘최순실 게이트’의 배경으로 스포츠가 깊게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최씨의 딸인 승마선수 정유라씨는 이화여대 체육특기자 입학, 재학 중 학교 성적과 관련해 비리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또 최씨가 핵심인사로 간여한 것으로 알려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모금을 위해 청와대의 개입으로 재벌이 수백억원의 기부금을 내놓았다는 의혹이 쏟아졌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모토인 ‘문화융성’의 실현을 위해 한류문화와 코리아 스포츠 보급을 목적으로 급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씨의 언니 최순득씨의 딸로 승마선수 출신인 장시호씨가 사무총장직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특혜 의혹 논란도 불거졌다. 지난해 6월 빙상과 설상 종목의 유소년 선수들을 육성하고 은퇴 선수들의 일자리 창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동계스포츠 붐 조성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6억 7천만원의 예산을 지원받는 등 특혜 시비를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시연에 참가한 ‘늘품체조’는 당초 ‘코리아 체조’를 급조해 3억 5천만원이라는 예산을 낭비한 졸작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최씨의 측근인 고영태씨는 펜싱선수 출신으로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 펜싱 사브로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은메달을 획득한 운동선수 출신이었지만 생활이 힘들어 한때 호스트바에서 일한 것으로 언론들에 의해 보도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박근혜 정부에서 최순실씨가 개인적으로 스포츠를 이용해 많은 혜택을 누리려 한 게 엄청난 비리의 단초가 됐던 것이 아닐까 싶다. 최순실씨는 스포츠에 관한한 문외한이나 다름없다. 최순실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아버지 최태민 목사의 영향으로 지난 40년간 박근혜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보좌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스포츠를 농단한 것은 아마도 비전문가라도 스포츠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스포츠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을 갖지 않고 조금만 하면 성과를 낼 수 있는 게 스포츠라고 판단했었던 듯하다. 조카가 승마선수로 모 대학을 졸업했고, 중학교 때까지 성악을 하던 자신의 딸이 승마선수로 바꿔 국가대표로 2014 인천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최순실씨는 공정성을 상징으로 하는 스포츠의 기본적 가치를 크게 훼손시키는 비리를 양산한 장본인이 됐다. 스포츠에서 개인의 사리사욕을 챙기기 위해 사회적 규칙과 규범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던 것이다.

한국에서 스포츠는 해방이후 경제와 함께 가장 성공한 분야로 인정받았다. 이념논쟁, 편가르기, 빈부 격차, 세대 갈등 속에서도 스포츠는 올림픽과 월드컵 등에서 많은 성과를 올리며 국민들에게 많은 기쁨과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효자’ 역할을 한 스포츠이지만 ‘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스포츠가 매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룰을 지키고 상대를 인정하며 스포츠맨십을 존중하는 스포츠는 공동체의 규범에 들어갈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스포츠가 마치 ‘복마전’ 같은 오해를 받았지만 스포츠의 순수한 정신을 제대로 지켜 나갈 때 우리 사회는 깨끗하고 건강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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