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지난 7일 오전, 한 고교 친구로부터 갑자기 단체카톡 연락을 받았다. 이날 저녁 서울 모처에서 친구들 얼굴 한번 보자는 ‘번개모임’을 제안해온 것이다. 필자는 마침 천안 아산 선문대에서 열릴 전국체육대회 학술발표회에 참가할 예정이어서 모임 참가가 힘들다는 뜻을 카톡에 올렸다. 친구는 “전국체전이 열리는 줄 몰랐네”라며 필자의 불참을 아쉬워했다. 친구의 반응을 보면서 전국체육대회가 일반인은 물론 체육인들도 개최 사실을 잘 모를 정도로 국민들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제97회 전국체육대회는 7일 개막, 13일까지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등 충남 천안 일원에서 열리고 있으나 국민과 미디어의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9일 일요일, KBS TV가 낮시간 유도 경기 등을 일부 생중계했으며, 케이블 TV 등은 국내외 여자골프투어를 생방송으로 내보냈다. 전국체육대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저하됐음을 보여주었다. 지난해 강원도에서 열린 제96회 전국체육대회에 대한 인식정도를 살펴보는 연구를 하기 위해 일반인 8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체육대회의 대표적인 문제점을 국민과 미디어의 관심 저하를 비롯해, 스포츠와 지자체장 등 정치와의 밀착 관계, 편파판정, 금품 수수 및 비리, 정부의 관심 저하와 지원 감소, 시도 간 불공정한 경쟁, 예산에 비해 낮은 비효율적 대회 운영, 대회규모의 비대화 등을 꼽았다. 전국체육대회의 문제점이 점차 커지면서 한국체육계 전체가 자칫하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개연성 때문에 체육인들은 우려하고 있다.

지금은 전국체전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지만 한때는 국민적 스포츠 축제로 사랑을 받았었다. 과거 전국체전은 일제치하나 한국전쟁 중에도 개최돼 국민통합과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는 무대로 활용됐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국내 프로리그 확대, 해외 프로스포츠 방송 증가,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 종목 세계대회 확대 등으로 볼거리가 증가하면서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한국체육학회가 전국체육대회의 반성적 성찰, 의미와 변화, 개선방안이라는 세 개의 발제주제를 마련하고 전문가들로 하여금 발표토록 한 것은 전국체육대회 발전뿐 아니라 한국체육발전에 큰 변화를 주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컸다. 한태룡 박사(한국스포츠개발원)는 전국체육대회의 문제점을 분석하면서 한국과 비슷한 구조로 경기를 진행하고 있지만 주체적 노력을 통해 일정부분 개혁을 성취한 일본의 일본국민체육대회(일명 국체)의 사례를 통해 전국체육대회에 대한 개선점을 찾고자 했다. 정문현 교수(충남대)는 ‘전국체육대회의 의미와 변화’라는 주제에서 “우리 민족의 유산이며 민족체전인 전국체육대회가 경제 성과와 체육시설 인프라 확충, 경기력 향상과 생활체육 발전에 지속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민족유산기념 사업 등을 병행하여 전국체전의 의의와 역사를 깊이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용식 교수(가톨릭관동대)는 ‘체육단체 통합을 고려한 전국체육대회 개선방안’ 발제에서 “2017년부터의 전국체전은 체육단체 통합 안정화, 전국체전과 국민생활대축전의 통합 담론 형성 등에 따라 다양하게 검토될 수 있다”며 “단지 종합경기대회의 통합문제가 아니라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연계 통합, 학교체육과의 연계 통합 등이 함께 논의되는 가운데 종합경기대회의 통합논의가 진행돼야 하며 대회 통합뿐만 아니라 시설, 지도자, 프로그램의 통합까지 함께 논의되는 구조로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 일본은 육상, 수영, 체조 등 기초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금 13개, 은 8개, 동 21개로 6위에 오르며 3위 중국과 8위 한국 사이에 자리를 했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금 30개, 종합 3위’를 목표로 잡고 지난해 5월 스포츠청을 신설하며 대대적인 투자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엘리트 선수의 산실 전국체전마저 점차 시들해지며 위기를 맞은 한국체육의 미래가 걱정스럽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