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헌법은 1987년 군부독재시절 노태우 민주정의당 대표가 대통령 후보로 유력시되던 때 정권 계승의 헤게모니를 잡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직선제 개헌이 담겨진 6.29선언을 하면서 그 전부터 국민들과 야당에서 요구한 민의를 반영한 것이었으니 정치권의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어 여야가 불과 두 달 만에 개헌안에 전격 합의했고 그해 10월 12일 국회 의결, 10월 27일 국민투표로 확정됐으니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선출한다는 장점은 있었으나 대통령 단임제 등은 실제 국정운영 과정에서 문제점으로 노출됐던 것이다.

사실 한 나라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법인 헌법은 자주 개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래서 헌법 개정시에는 충분한 기간을 두고 폭넓게 연구해 안을 다듬고 국민공청회를 붙여 다중 의사를 반영해 내용의 무결점이 보장돼야 하건만 현행헌법은 개정안 정비 과정에서 충분한 여론 수렴 장치 등이 없어 헌법학자나 정치가들이 지적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그럼에도 현 정부에서 개헌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견지해왔을 때도 본지는 사설에서 개헌의 당위성을 제기해왔던바, 지난 6월 15일자 사설 ‘국민을 위한 개헌, 더 이상 외면할 문제 아니다’와 이달 12일 ‘나라의 장래 위해 진지한 개헌논의 있어야’ 제하의 사설 논조가 바로 그것이다.

어쨌든 박근혜 대통령이 당초 개헌 불가 입장을 바꿔 “임기내 개헌하겠다”는 천명은 여야의 이해관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입장과 국가 장래를 위해서 당연한 조치다. 그렇더라도 얼마 전까지 정치권에서 개헌 이야기가 나왔을 때 청와대가 나서서 “그럴 때가 아니다. 경제회복에 전념할 시기”라면서 거론 자체를 봉쇄하려던 입장이었으니 여당이 환영할지는 몰라도 야당에서는 혹시 다른 의도가 있을까 싶어 딴지를 거는 듯한 모양새가 비쳐지는 것도 사실이다.

헌법 개정은 박 대통령이 천명한 바대로 ‘대한민국의 50년, 100년 미래를 이끌어 나갈 미래지향적인 체제’가 돼야 함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정부가 개헌 문제에 대해 주도적으로 이끌기보다는 민의의 정당인 국회에서 합의안이 도출되도록 해야 한다. 국회에서 합의된 내용을 대통령이 발의하는 것이 좋은 모양새일 것이다. 가뜩이나 임기 말에, 개헌을 거부했던 대통령이 국정지지도가 가장 낮은 시기에 임기내 개헌 방침을 세웠으니 야당의 입장에서는 정국 돌파용 정략적 목적으로 비쳐질 수 있고 국민들도 그렇게 느껴질 수 있다. 이번만큼은 국가미래를 위한 큰 틀에서 국정과 정치혁신을 제대로 담은 개헌안이 만들어지기를 국민 모두가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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