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남성에게 주어지는 병역의 의무는 해마다 주요 논란 중 하나다. 건강한 남성들이 생의 황금기를 군에서 2년 가까이 보내야 할 뿐 아니라,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어 할 수만 있으면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한 천태만상이 벌어진다. 이 와중에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이 처음으로 나오면서 다시 한 번 대체복무 허용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광주지방법원 제3형사부(부장 김영식)는 “세계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대체복무제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피고인들이) 면제 등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대체복무를 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며 “국가가 대체복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입영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종교적 신념이란 목숨과도 같은 것이어서 양심에 따라 선택한 결과는 존중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세계유일의 분단국이라는 우리의 특수상황이 고려되지 않는다면 사회 혼란을 가중시킴은 물론 안보에 큰 위협요소가 될 것이다. 당장 코앞에 놓인 적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군인들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전쟁에 나서지 않는다면, 조국도 가족도 자신도 잃게 될 것은 자명하다. 

교리적인 이유가 있어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겠지만, 분명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정부차원의 깊은 고민과 현명한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 

육군 준장 출신으로 국민의당에서 외통·국방 분야인 제2정책조정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김중로 의원은 20일 원내정책회의에서 “분단이란 특수 안보 상황을 잊은 듯한 판결이 안타까울 뿐”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김 의원은 “군대에 가고 싶어서 가는 사람은 없다”며 국민으로서 당연히 나라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개인 사정, 양심, 신념을 포기하고 병역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병역 의무에서만큼은 절대 예외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판결이 국민적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사람의 병역 면제에도 매우 민감한 우리 사회 정서를 고려할 때,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허용은 신중히 검토돼야 할 사안이다. 아울러 국민적 설득과 합의과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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