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곧 시행 한 달을 맞는다. 김영란법 시행 후 저녁 약속은 아예 잡지 않는 등 실제 접대문화가 크게 바뀌고 있다. 전반적으로 청렴한 사회분위기에 기여한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고, 특히 공무원을 중심으로 확대된 청렴문화에 반색을 표하고들 있다. 반면 김영란법 시행 후 들리는 폐업 속출 소식은 씁쓸하면서도 놀랍다. 김영란법은 서민 경제를 악화시키려고 만든 법이 아니고, 그야말로 부정청탁을 막기 위한 법이다. 그런데 부정청탁이 사라지니 서민들이 먹고 살기 어려워졌다는 것은 우리나라 전반에 부정청탁이 뿌리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시행 초기라 몸을 사리는 경향이 커서 더욱 그러겠지만 제돈 내고 밥 먹고 술 마신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의미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우리 사회가 청렴해지는 것을 보면, 종교계야말로 김영란법이 필요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개신교 불교 가톨릭의 비리를 주요 소재로 다룬 ‘쇼! 개불릭’이 발간돼 논란이 일었다. 종단과 성직자들의 온갖 추문과 비리가 담긴 내용은 누가 더 낫다고 할 수 없을 만큼 우리나라 대표 종단의 부패상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도 김영란법을 만들어 정화에 나서는데 사회를 이끌어야 할 종교계는 더 엄격한 잣대와 기준으로 정화운동을 벌이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닌가 싶다.
내년은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한 지 500주년이 되는 해다. 기독교계는 종교개혁 500주년에 무엇을 할지 고민하고 있다. 개신교에서는 최근 CBS가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금메달 은메달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시끄럽다. 루터는 교황청이 면죄부를 만들어 죽은 사람들에게까지 돈을 받아 낸 것에 치를 떨며 종교개혁을 일으켰다. 그런데 그 500주년에 금메달 은메달을 만들어 장사에 나선다니 어이가 없다는 여론이다. 루터가 부패한 가톨릭을 청산하고 말씀으로 회복하고자 했듯, 부패한 기독교를 어떻게 청산하고 말씀으로 회복할지부터 고민하는 진짜 종교개혁 운동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일환으로 ‘종교계 김영란법’을 제정해 스스로 실천을 다짐하고, 내부 신고 제도를 만든다면 종교개혁의 정신도 살리면서 의미있는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