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한국스포츠가 일대 변혁기를 맞고 있다. 역사적인 통합 대한체육회장 선거(5일)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다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돼 지각변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통합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한국체육의 외형적 모습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면, 김영란법은 한국체육의 내형적 모습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스포츠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기회를 갖게 된 셈이다.

엘리트 체육의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의 국민생활체육회가 지난 4월 대통합을 이뤘지만, 그동안 김정행-강영중 두 공동회장체제로 운영돼 오다 이번 선거를 통해 대화합을 추진할 의미있는 새 회장을 뽑는다. 새 회장은 엘리트 스포츠 위주로 운영됐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엘리트와 생활체육을 아울러 스포츠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하는 역사적인 책무를 떠맡게 된 것이다.

통합 대한체육회장 체제 출범과 때맞춰 시행된 김영란법은 체육인들의 고정관념을 뒤흔들어놓았다. 그동안 관행으로 이뤄지던 것들이 전면 금지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수선수 확보를 위한 청탁과 금품수수, 심판 매수를 위한 금전 거래 등 기존의 비리뿐만 아니라 뇌물성 인사치레가 법적인 처벌을 받게 된 것이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교직원, 언론인 등 직무 관련성이 있는 이들에게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 10만원까지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법적인 처벌을 하도록 했다. 정에 의한 선후배간 사제문화에 익숙한 체육계에선 그간 가르침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식사, 선물, 경조사 챙기기가 관행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김영란법으로 학교체육부터 일대 수술이 불가피해졌다. 종전처럼 운동을 이유로 수업을 빠졌던 학생선수들의 수업불참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선수의 입학, 성적, 수업 출결처리를 원칙대로 하지 않으면 이를 위반한 선생, 지도자, 학교 등은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학부모 회비로 충당되는 지도자 급여는 투명한 절차로 회계장부에서 처리되지 않을 경우 법적 제재를 받게 된다. 그동안 지도자들은 승리수당, 전지훈련비 등은 물론 간식비 등을 비공식적으로 학부모들로부터 지원을 받았던 게 관행이었다.

프로스포츠, 학원 스포츠 등 스포츠팀과 기구들의 개인접대행위도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팀들은 홍보 목적과 민원해결을 위해 공무원과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골프 및 식사대접을 비롯한 경조사 챙기기에 많은 신경을 써왔다. 특히 접대골프는 10만원을 넘는 고비용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김영란법은 한국체육을 위해서 독약보다는 보약이어야 한다. 너무 지나치게 규율과 제재 위주로 적용돼 그동안 잘 돌아가던 시스템마저 크게 흔들어서는 안 된다. 마치 마녀사냥식으로 희생자를 무차별적으로 양산하기보다는 잘못되는 부분에 따끔한 메스를 가하며 바람직한 방향으로 계도해 나가야 한다.

체육계에선 김영란법 시행이 일시적으로 체육계를 위축시키겠지만 전반적으로 건강한 풍토를 만들며 한국체육이 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있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그동안 승리주의, 강자 독식주의 정서가 주도하며 음지에서 뒷거래가 이루어지는 폐해가 많았으나 앞으로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 속에서 스포츠 정신인 ‘페어플레이’가 자리를 잡는 문화가 정착되리라는 전망이다.

통합 대한체육회체제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며 엘리트 선수들이 정상적으로 수업을 받으며 운동을 하고, 일반 학생들은 운동을 통해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함양하는 선진형 스포츠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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