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공공임대주택 사상 최대 공급’, 이런 제목의 기사를 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국토부는 올해 공공임대주택 12만 5천호를 공급한다면서 사상 최대라고 말하고 있다. 정부는 ‘전세임대주택’이 ‘민간임대주택’이라는 걸 알면서도 공공임대주택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5년 지나면 분양전환 할 수 있는 ‘5년·10년 임대후 분양주택’도 공공임대주택에 포함시키고 있다. 선진국에서 말하는 공공임대주택은 1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주택으로 공공기관 또는 비영리기관이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주택을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세임대와 ‘5년·10년 임대후 분양주택’은 공공임대주택 통계에서 빼야 한다.

‘전세임대’는 민간 소유의 전셋집을 얻는 데 LH나 SH, 지방도시공사가 금융지원을 하는 제도다. 전세가 8500만원 한도 안에서 공공이 95%의 융자지원을 하고 세입자가 자신의 돈 5%를 보태서 민간이 소유한 전셋집을 구하는 제도다. 전세임대는 최대 20년간 살 수 있다고 하지만 임대인이 2년 만에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한다.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는 경우 원하는 만큼 올려줄 때만 계속 거주할 수 있고 여력이 안 되는 사람은 이사를 강요받는 제도다. 전세 얻는 데 융자금을 지원하는 것 빼고 사실상 공공성이 보장되지 않는 제도이다. ‘전세임대’를 공공임대주택으로 분류하는 것은 국민의 눈을 어지럽게 하는 통계조작행위이다. 어떤 경우에도 민간소유 주택이 공공임대주택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전세임대주택’이라는 말은 부적합한 말이다. 공공기관이 소유하고 있으면서 전세로 임대 내어 놓는 공공주택에 이 말을 붙여 주면 제격일 거다. 사람들이 많이 혼란스러워 한다. LH가 전세임대를 모집한다고 하면 LH가 소유한 주택을 임대해 주는 걸로 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전세임대를 설명하려면 시간이 한참 걸린다. 쉽게 이해가 안 가는 거다. 

전세임대 입주자는 연평균 1.5~2% 정도의 이자(2000만원 이하 주택은 1%)를 월세 형태로 내고 있다. ‘전세자금융자지원 주택’이라는 명칭이 적절하다. 전세임대 가운데는 2000만원 이하의 액수를 지원받는 경우도 있다. 2000만원, 1500만원 지원하고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했다고 하면 좀 우습지 않은가? 

정부가 올해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12만 5천호 가운데 전세임대가 4만 1000호에 이른다. 전체의 3분의 1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지난 3년(2013~2015) 동안 공공임대주택 승인 물량은 대략 34만호다. 이 가운데 전세임대는 약 9만 3천호다. 전체 물량의 27%에 이르는 수치다. 노무현 정부 때 평균 9만호(승인물량 기준)에 이르던 ‘30년 거주가능 국민임대’가 이명박 정부 때 급속히 줄어들다가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는 더욱 더 줄어들어 최근 승인 물량은 만 단위 이하로 주저앉았다(윤후덕 의원실 국감자료). 2014년 8431호, 2015년 6015호다. 영구임대주택은 2천호 이하로 내려앉았다. 반면에 주거 불안에 시달리는 전세임대는 현 정부가 들어선 뒤 대폭 늘었다. 질 좋고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은 대폭 축소되고 공공성 낮은 금융지원 주택은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다. 상류층을 겨냥한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까지 등장해서 공공임대주택 부지와 예산을 잠식하고 있으니 더욱 걱정이다.  

‘5년·10년 임대후 분양주택’은 후분양제의 일종이다. 5년만 지나면 언제나 분양할 수 있기 때문에 공

공임대주택 재고로 쌓이지 않는다. 5년, 10년간 임대하는 걸 평가한다고 하더라도 1~3분위 저소득층 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주택이 아니다. 이들에겐 임대료가 너무 비싸고 보증금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공고 난 경기도 파주시 소재 ‘10년 공공임대주택(74㎡)’의 경우 보증금 6600만원에 월세 55만원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사업승인을 낸 34만호 가운데 ‘5년·10년 임대주택’은 약 9만 2천호에 이른다. 전체 물량의 27%다. 박근혜 정부 이후 지난 3년 동안 사업승인 된 ‘전세임대’와 ‘5년·10년 임대’를 합치면 전체 사업승인 물량의 54%다. 이 수치를 빼고 나면 실제 공공임대주택 승인 물량은 46%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사업승인이 난 주택이 준공된 비율은 절반에도 못 미친 걸 생각할 때 이마저도 얼마나 지어질지 모른다.   

국가 기관은 정직해야 한다. 그래야 신뢰가 생긴다. 통계를 허위로 부풀려서 국민을 속이는 행위는 용인될 수 없는 일이다. 잠시는 공공임대주택이 많이 공급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영원히 국민을 속일 수는 없는 일이다.  

프랑스, 오스트리아, 영국,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체코는 무주택자의 50%가 들어 갈 정도의 공공임대주택이 있고 네덜란드는 무주택자의 75%가 들어갈 정도의 공공임대주택이 있다. 한국은 무주택자의 11% 정도가 들어 갈 수 있을 뿐이다. 10년 이상 살 수 있는 장기공공임대주택을 250만호 정도 확보해야 프랑스 수준에 이른다. 주거권을 보장하고 주거가 안정된 사회를 소망한다면 200만호의 공공임대주택을 확충하고 계속거주권을 보장하며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