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백남기 농민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유족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 국민들 대다수가 슬픔에 잠겨 있을 것이다. 하나같이 국민들은 고인이 평안하게 쉴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그런데 사망 가능성이 임박했다는 뉴스와 동시에 터져 나온 뉴스 하나가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경찰이 유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신을 부검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설마 했는데 끝내 경찰은 고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분석한다는 이유로 부검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에 의해 영장이 기각되자마자 다시 청구했고 법원은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 관계자는 ‘과학적이고 정밀한 인과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변사사건이라고 했다. 상식의 힘을 믿는 보통의 국민으로선 모두지 납득할 수 없는 태도다. 

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은 명백하다. 경찰이 물대포를 직사로 쏜 게 원인이다. 시위를 한다는 이유로 국가 권력이 국민을 죽인 것이다. 원인 유발자가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가해자가 가해책임을 인정하기는커녕 시신을 부검하여 가해원인을 조사하겠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국가폭력 행위의 진상규명을 검경에 맡긴다는 건 의미 없는 일이 되었다. 특검을 도입해서 진실을 파헤치고 가해자에게 합당한 책임을 지우는 게 옳다고 본다.    

지금 유족들과 많은 시민사회단체는 검경이 사망원인을 은폐 조작하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고 묻고 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때처럼 말이다. 그 때는 밀실에서 했지만 이제는 대놓고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는 것이다. 물대포 직사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은 하지 않은 채 3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세월만 보낸 검경이다. 여러 건의 고발이 있었지만 수사를 회피했다. ‘과격시위 탓’으로 돌리면서 책임을 피해 나가려는 모습이었다. 백남기 농민이 사망하자마자 ‘부검시도’라는 무도한 행동을 함으로써 공권력으로서 정당성을 스스로 허물고 있다. 

국가권력은 함부로 행사돼도 되는 그 무엇이 아니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 못한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해친다면 즉시 존재 이유를 상실하게 된다. 국민들은 백남기 농민의 생명을 빼앗을 힘과 권능을 경찰에게 준 적이 없다. 백남기 농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따라서 백남기 농민의 생명을 빼앗은 경찰은 곧 국민의 생명을 빼앗은 만행을 저지른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국가를 대표 하는 어느 누구도 사죄의 마음을 표하거나 사과 비슷한 것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문병조차 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국격이 이것밖에 안되는가! 

문명사회라면 있을 수 없는 국가폭력 사태가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이다. 이승만 독재, 박정희 독재, 전두환 독재에 시달렸던 국민들이 6월항쟁을 통해 권위주의 정권을 몰아냈다고 환호한 때가 30년 전이다.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은 대한민국이 30년 전의 독재 공화국으로 되돌아 간 징표다. 

권불십년이라고 했다. 서슬 퍼런 유신정권도 전두환 정권도 10년을 못 넘겼다. 박 대통령의 임기 5년이 다 되어간다. 결자해지라고 했다. 늦었지만 박 대통령이 고 백남기 선생 영전에 사과를 해야 한다. 작년 11월 사건이 나자마자 바로 사과하고 경찰청장을 파면하고 책임자를 처벌했어야 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책임지고자 하는 어떤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진압으로 사경을 헤매는 순간에도 집회의 불법성만을 강조하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경찰의 폭력적 행동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전 경찰청장 강신명씨를 비롯한 책임선에 있는 인사들의 언사가 어땠는지는 우리 모두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국민의 희생으로 경제 건설을 하고 국민의 피와 땀으로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대한민국 공동체다. 국가폭력이 존재하는 대한민국을 원하는 국민은 없다. 국가폭력이 저질러졌음에도 제대로 조사도 못하고 책임자를 처벌조차 못하는 대한민국을 원하는 국민은 없다. 늦었지만 특검을 통해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고 책임자를 엄하게 처벌하며 대통령과 검경의 사과를 이끌어내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고 싶다. 다시는 국가폭력이 자행되지 않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야3당의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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