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강남발 집값이 요동치고 있다. 청약 경쟁률이 100대 1, 300대 1로 치솟고 덩달아 집값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분양만 받으면 대박이 나는 시대가 다시 돌아온 듯한 모습이다. 잘만 고르면 5~6천은 예사고 억대의 이익을 보는 사람도 속출하고 있다. 현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이 의도한 방향이 이건 아니지 않았을까 싶다가도 ‘강남에서 부동산 활성화의 불을 지펴 전국으로 부동산 바람을 확산시키는’ 게 정책의도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지금 부동산 투기의 바람이 전국으로 확산되는데도 당국은 한가한 대응을 하고 있다. 정부는 분양가 전매제한 완화, 청약저축 1순위 자격 완화 등의 주택 투기 수요 유발 방안을 내고 인위적으로 공급을 조절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 투기수요를 불러온 잘못부터 인정해야 한다. 전매금지 조치를 취하고 비정상적인 선분양제를 후분양제로 바꾸고 LTV, DTI를 복원시키고 장기공공임대주택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 근본처방에 이르는 길이다. 강남 일대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해서 투기를 억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부는 이 같은 올바른 길을 외면하고 빗장을 풀대로 풀어 부작용이 극심하게 나타난 가계대출에 대한 규제 같은 대증요법적인 조치를 내는 데만 골몰하고 있을 뿐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기조를 이어 받는 데 머물지 않고 이명박 정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과감하고 전격적인 조치를 취해 나갔다. 부동산 3법 통과와 LTV·DTI 규정 완화, 전매제한 완화, 재건축연한 단축, 기업형 임대주택 도입 등이 그것이다. 분양가 상한제의 빗장도 풀어 버렸다. 이명박 정부 내내 안전이 문제된다고 국토부가 반대한 바 있는 수직증축 리모델링도 전격적으로 밀어 붙여 허용했다. 재개발 지역에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공공임대주택 비율 결정권도 지자체에 떠넘겨 버렸다. 각종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 조치를 하루가 멀다 하고 추가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다음 정부초기에 결정한다고 미루긴 했지만 안전이 문제되는 ‘세대 간 내력벽 철거’까지 허용한다는 방침을 내고 입법예고까지 했다. 재건축, 재개발, 리모델링을 촉진하고 주택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다 실행에 옮겼다. 빚내서 집 사라는 방침까지 세우고 맹렬하게 밀어 붙였다. 최경환 장관이 주도한다고 해서 초이노믹스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이 같은 조치가 의도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부동산 정책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고 목표 경제 성장률 달성에 기여하며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들의 재산을 지켜주고 재산 가치를 높여 줌으로써 정권의 안녕을 도모하는 것이 핵심의도다. 부동산은 여전히 거품이 잔뜩 끼어있다. 거품을 빼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계속 거주권 보장과 임대료 관리 시스템을 확보해서 무주택자에게 안정된 주거를 보장하는 게 필요하다. 정부의 정책은 역주행을 거듭했다. 억지로 집값을 떠받치는 정책을 쓰고 세입자의 고통은 방치하고 조장하기까지 하는 정책을 밀어 붙였다. 그러면서도 민생을 외치고 주거안정을 말하니 할 말을 잃는 거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서민들은 복장이 터진다. 집 없는 설움을 달랠 길 없는 무주택자들이 집을 마련할 기회는 더욱 멀어진다는 걸 뜻하고 집을 가질 꿈조차 못 꾸는 사람들에겐 불안을 급증폭시키는 뉴스다. 지금 전세입자들은 집값이 오름에 따라 폭등 행진을 거듭한 전셋값이 더 가파르게 뛰지 않을까 하고 가슴 졸이고 있다. 집값이 뛰고 전세가가 뛰면 월세라고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정 붙이기도 전에 이사 가야 하는 아픔을 또 겪을까봐 걱정한다. 아동과 청소년에게 이사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학교가 바뀌고 친구가 바뀌는 일이고 두고두고 자긍심을 훼손하는 일이다. 익숙한 환경을 떠나 낯선 환경, 낯선 사람과 대면해야 하는 노인들에겐 절망 그 자체다. 세입자들은 한 곳에서 안정적으로 이웃들과 오순도순 살지 못하고 절망의 삶을 살아내야 하는 운명인가 하고 한숨을 쉬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투기의 광풍까지 몰려오고 있으니 어찌 한숨이 안 나오겠는가.

정부는 더 이상 부동산 신화에 매달리지 말고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중단하는 결정을 해야 한다. 집을 사고파는 그래서 돈이 되는 부동산으로 보지 말고 사람들이, 가족이, 이웃이 함께 사는 주거생태계 속의 보금자리로 보아야 한다. 시각 전환이 없으면 공동체정신이 훼손되고 주거 인권은 짓밟히게 되어 있다. 일부 투기 수요자와 금융당국, 땅과 건물을 많이 가진 관료와 국회의원 빼고 집이 투기의 대상이 되고 재테크의 상품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제 집을 부동산으로 부르지 말고 너와 내가, 우리가 어울려 사는 포근한 보금자리로 보는 시각전환을 할 때다. 서민을 편안하게 하는 주거정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