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한국기업관리대학 학장

 

찌는 듯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건강한 여름나기를 하려면 무더위를 극복해야 한다. 그 방법의 일환으로 시원한 계곡, 산, 해수욕장을 찾는가 하면, 차가운 물이나 음료수를 마시기도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방법이 피서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차가운 물을 마시는 것은 오히려 몸의 장기를 냉하게 할 뿐, 몸을 보하지 않는다. 갈증을 떨쳐버리기에도 역부족이다.

여름철에는 식사 후에도 차가운 물을 마시는 경우가 빈번하다. 아무리 덥더라도 건강을 유지하려면 따뜻하거나 미지근한 물을 마셔야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지방을 응고시키지 않으며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이를 근간으로 할 때 건강을 유지하는 지혜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정신을 실천하는 데 있다.

이렇듯 여름에 열을 이용해 더위를 극복하는 민족에는 우리 민족 외에 중국인이 있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여름인데도 뜨거운 물이나 뜨거운 차를 마신다. 찬물을 잘 마시지 않는다. 중국의 식당이나 호텔에서조차 차가운 물을 좀처럼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이 뜨거운 물을 마시는 주된 이유가 무엇인가? 식습관과 건강 때문이다. 중국 북방지역은 겨울에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가 하면, 서부내륙 감숙성 지역에서는 황사현상이 많이 발생한다. 이러한 환경에 적응하다보니 대부분의 중국 음식은 기름을 사용한 볶은 음식이 많다. 문제는 음식에 사용한 기름이 차가운 물에 잘 녹지 않는다는 데 있다. 기름진 음식을 먹은 후 찬물을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을 리 없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속을 편하게 하고자 따뜻한 물 마시기를 선호했던 것이다.

근래 들어 중국인 여행객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폭염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어디서나 뜨거운 물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인의 ‘이열치열’ 상황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면에서 그들의 문화를 진정으로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세계화에 적응하는 길이 아닐까 한다.

따뜻한 물의 효능이 좋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있다. 우리 몸에 나타나는 변화를 보면, 몸의 지방 조직을 분해하며 통증을 진정시켜 준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혈액순환 촉진, 스트레스 해소, 그리고 다이어트를 하는데도 뛰어난 효능을 발휘한다. 원래 사람에겐 적절한 체온을 유지하도록 돼 있다. 때문에 평소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은 건강을 위한 척도가 아닐 수 없다.

이와 반면에 차가운 물을 마시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가? 대장을 차게 만드는데, 이는 대장을 굳어지게 하는 현상을 초래하여 노폐물 배출을 어렵게 만든다. 우리가 일상에서 격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할 때 어떤 신체적 변화가 일어나는가? 신체의 특정 부위가 굳어질 수 있는데, 몸 안의 열을 밖으로 배출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따뜻한 기운이 흐르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따뜻한 사람이 많도록 해야 한다. 차가운 기운은 이기심의 발로 때문에 일어나지 않은가. 차가운 물로 인해 몸의 일부분이라도 경화(硬化)시키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따뜻한 말 한마디는 천냥 빚을 갚을 수 있다. 그러려면 겸양지덕(謙讓之德)의 자세로 정을 돋워야 한다. 따듯한 물이 뭉친 것을 풀리게 하듯 서로에 대한 배려의 정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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