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한국기업관리대학 학장

 

세계어로 통용되는 영어는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기 위한 주요 언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외서 유학하는 우리나라 유학생 수가 세계 3, 4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그중 상당수가 영어권에서 유학하고 있다. 유학 및 연수 경비만 해도 한 해 7조원이 넘는다.

이러한 면에서 전국 지자체에서는 2003년부터 국부 유출을 막고 효과적인 영어교육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게 됐다. 수백억원을 들여 설립한 영어마을이었다. 치적으로 불릴 만큼 국민들의 관심도 또한 높았다. 그 결과 경기도 안산 지역의 영어마을 설립을 신호탄으로 전국적으로 50여개가 생겼다. 영어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었다. 외국을 가지 않는 만큼 현지와 같은 시설에서 실효성 있는 양질의 영어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학습 대상에 따라 특화된 교육 및 체험학습도 이뤄졌다. 학습의 흥미도를 고려해 교사 충원은 다수의 영어권 원어민을 확보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이러한 영어마을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어떻게 운영했길래 10여년 만에 이런 현상에 직면하게 됐는가. 운영 실태를 보면,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미 문을 닫은 곳도 있다. 프로그램이 아무리 좋더라도 이를 운영할 교사의 자질이 부족하다면 효율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초빙된 외국인 교사 중 검증된 유자격자가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부족했더라면 학습자들의 지적 만족도를 충족시키고 양질의 교육을 감당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영어교육은 연어처럼 물을 거슬러 올라가듯이 끊임없는 노력과 다양한 교육방법이 요구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영어교사 유자격자 확보는 영어 교육의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이 아닐 수 없다.

영어교육 방법에 있어서도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아직도 우리의 영어교육이 높은 점수 취득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조정할 필요가 있다. 획일적인 목표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정한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높은 시험 점수를 얻기 위한 스킬을 익히는 데 몰두해서야 되겠는가. 자율성을 줘야 한다. 영어 사용 빈도가 높은 언어 환경에 노출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립심을 길러줘야 한다. 이는 방종이나 방임 교육이 아닌 영어에 대한 응용력과 적응력을 발휘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유능한 영어교사가 다양한 체험 활동을 통해 동기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진정으로 원하는 꿈을 갖도록 해 줘야 한다. 글로벌 시대에 진정한 영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한다.

영어마을 조성은 세계화 시대에 국제경쟁력을 높이려고 했지만 임시 땜질 방식에 불과했던 것이다. 앞으로의 추세도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이유는 학령인구의 감소, 사교육의 증가, 국외 어학연수 및 유학생 증가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용도의 활용 방안을 찾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인식의 전환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원래의 취지를 유지시키지 못한 채 벗어나야 한다는 점에서 안타깝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화에 대비하는 자세가 다양한 변인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보여진다.

미래를 이끌어 갈 인재 육성의 측면에서 교육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교육이 시스템의 부재나 문제로 갈팡질팡해서는 안 된다. 다양한 영역에서 변화하는 사회와 동반 성장을 해야 가치가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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