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한 평

김현지

천년 그늘이 되거라 하고
느티 한 그루 심는다
산 아래 나무집 한 채
그 아래 멀찍이
골짜기 아래로 뿌릴 두고
이제 없던 그늘 한 평
해 아래 세운다
나 하나 가고 없어도 오래 오래
누군가의 그늘이
되거라 하고,

[시평]

한 생애를 살아가면서, 그 누구에게 작으나마 한 평의 그늘이라도 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았다면, 그 삶은 나름대로 성공한 삶이 아니겠는가. 실은 우리 대부분 자신의 삶만을 챙기면서, 자신의 삶에 급급하게 살아감이 일반이다. 그러므로 나 아닌 다른 존재를 위한 배려나 그를 위한 삶을 살지 못함이 우리네들의 일반적인 모습이 아니겠는가.

천년 그늘이 되라는 염원과 함께 어느 누가 느티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 나 하나 가고 없어도, 오래 오래 누군가의 그늘이 되기를 바라는 염원과 함께 느티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 나 하나 가고 없어도, 누군가의 그늘이 되기를 염원하는 그 마음. 비록 작디작은 한 평 정도의 그늘이지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을 거두어들일 수 없는 그런 그늘이지만, 이러한 그늘 세상에 남겨놓을 수 있는 삶, 그러한 삶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사람의 삶이라는 것이 대단한 것 같지만, 실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리라. 세상에 작은 그늘 하나 만들어 놓지 못하고, 자신 하나만을 간신히 챙기고 건사하다가, 가고 마는 그러함이 우리네 삶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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