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연필 시인

김원중(1936~ )

 

목월(木月) 시인은 몽당연필로
공책에 시를 쓰셨고
아들과 제자들은
만년필로 원고지에다
시를 썼었다.

손자뻘의 젊은 시인들은
컴퓨터 노트북으로 어지럽게
시를 쏟아내고 있지만

몽당연필의 목월 시인을
도저히 따라가지를 못하네.

 

[시평]

실은 예전에는 시를 공책에 만년필이나 볼펜으로 썼다. 물론 그 당시에는 컴퓨터라는 것이 나오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박목월 선생은 연필로 공책에 시를 쓰는 것으로 잘 알려진 시인이다. 정갈하게 연필을 깎아, 그 향내 나는 나무로 된 연필을 다듬고, 또 까만 심이 뾰족한 그 연필로 정갈하게 시를 써내려가는 목월 시인.

시를 쓰기 위하여 연필을 깎는 정성이며, 연필의 심을 다듬는 그 세심함, 실은 이러한 마음이 시를 쓰는 마음, 시를 대하는 그 마음이리라. 그래서 혹여 한 자라도 잘못 쓰게 되면, 연필의 뒤에 달린 지우개로 흔적이 남을세라 열심히 지우고는, 그 지운 자리에 다시 담는 시에의 생각. 어쩌면 시란 이렇듯 그 시인에게 있어 소중한 종교와도 같은 것이었으리라.

그러나 요즘 많은 시인들이 시를 컴퓨터에 쓴다. 고치기도, 또 다시 쓰기도 쉬운 컴퓨터. 문명의 이기인 이 컴퓨터는 실은 문화에의 수많은 혁명을 낳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가, 시에도 많은 혁명을 낳았다. 알 수 없는 시들이 시단에 횡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옛날 이상(李箱)이 썼다는 난해시는 이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리. 의미를 담은 난해는 어느 의미에서 난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인의 지적마냥 ‘오늘 젊은 시인들이 컴퓨터 노트북으로 어지럽게 시를 쏟아내고 있지만, 몽당연필의 목월 시인을 도저히 따라가지를 못하는 것’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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