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노원병 주요 출마자들. 왼쪽부터 새누리당 이준석 예비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동학 예비후보. (사진출처: 연합뉴스, 뉴시스)

역대 선거에서 야당 승리
지금은 정치권 평가 냉정
“지역만 보고 안 뽑는다”
국민의당 창당엔 시각차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자기 밥상들 챙기기 바쁜데, 뭐하러 찍어줘요?”

26일 노원구 상계3·4동 주민센터에서 만난 70대 할머니는 다짜고짜 분통부터 터트렸다. 이번 총선에서 누구를 찍을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서다. 기자에게 한마디 쏘아붙인 그는 대답 없이 발길을 재촉했다.

정치권의 난맥상을 바라보는 노원구 주민의 시각이 그대로 드러났다. 여당과 야당은 테러방지법과 선거구 획정 문제로 대립 중이고, 야권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열돼 총선 생존을 위한 혈투를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이 정치권에 대한 관심보다는 염증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노원병은 이번 총선의 격전지 중 하나로 꼽힌다. 상계 7, 8동을 제외한 상계동 전 지역이 노원병에 해당한다. 제20대 총선에선 이 지역 현역인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에 새누리당 이준석 예비후보와 더민주 이동학 예비후보 등이 주요 도전자로 나섰다.

서민층이 다수인 노원병은 전통적인 야당 강세지역으로 꼽힌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이 당선된 이후 여당이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곳이다. 홍 의원이 당선된 것도 당시 야권표가 통합민주당과 진보신당 후보로 쪼개진 상황에서 얻은 어부지리 승리였다. 여당으로선 야권 분열이 아니고서는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난공불락 지역인 셈이다.

그렇다고 야권이 안심할 상황도 아니다. 민심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을 평가하는 시각이 과거와 달리 매우 냉정해지고 있다는 게 이 지역 주민들의 전언이다. 당만을 보고 덮어 놓고 찍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상계역 부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여기가 잘 못사는 지역이라고 해서 무조건 야당을 찍던 시대는 지났다.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야당을 주로 지지해왔다고 밝힌 그는 “이 지역에 호남 사람이 많지만, 그들도 지역만 보고 뽑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상계5동 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70대 주민은 “옛날엔 다 야당세였는데, 이번엔 (야당이) 이기기 힘들 것”이라며 “저희끼리 물고 뜯고 하는데, 뭐가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야권 재편은 이런 민심의 변화에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야권이 더민주와 국민의당으로 재편된 것을 두고는 긍정과 부정으로 엇갈렸다. 김모(63)씨는 안 의원의 국민의당 창당을 겨냥해 “중도와 정책은 없고, 결국 지역정당을 만든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더민주를 탈당한 호남 현역의원이 대거 포함된 국민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호남 중심 선거 전략을 펴는 것을 지적한 말이다. 반면 상계5동에 사는 한모(61)씨는 “양당 정치는 문제가 있다”며 “중도 가치를 실현하는 정당이 있어야 한다”며 국민의당 창당을 지지했다.

지난 2014년 4.24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이 지역을 지켜온 안 의원에 대한 평가도 극과 극으로 갈렸다. 상계중앙시장에서 만난 강모(52)씨는 “안 의원이 당선되고 나서 이 지역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이냐”며 “주변에서도 대체로 이런 평가”라고 했다. 김명숙(56, 노원구 상계9동)씨도 “안 의원이 노원을 위해 드러나게 한 일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상계10동에 사는 황성원(78)씨는 “안 의원을 찍겠다. 심지가 굳고 항상 변함이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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