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봉 아기부처꽃동산

최명길(1940~2014)

칠월 만월봉은
아기부처꽃동산
오그러뜨려 아기손바닥만한 감실을 짓고
그 안에 정좌한 금니부처
작은 벌레들만 참배하라는 듯
문도 오곳한 것이 작다
아 이런 집도 다 있었구나
세상 저쪽에는

 

[시평] 

‘아기 부처꽃’이란 꽃은 ‘부처꽃’과는 다른, 그런 꽃이라고 한다. 작고 작은 꽃, 그 안에는 꽃술들이 마치 정좌한 금니부처, 즉 금을 입힌 부처와도 같이 들어가 앉아 있다. 꽃 전체가 열린 문 마냥 오붓하게 열려 있는 꽃 안에 앉아 계신 작디작은 부처님들, 그러나 꽃 자체가 너무 작아서, 그 들어가는 문 역시 너무 작아서, 작은 벌레들이나 들어가 참배를 할 수 있는, 작은 벌레들의 감실(龕室).  

비록 하찮은 작은 벌레들이라고 해도 부처님의 자비 안에서 살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자비의 은혜를 얻기 위해서는 그들 벌레들도 참배를 할 수 있는, 그들만의 공간이 있어야지. 그래서 이 작은 아기 부처꽃을 세상에 내놓았고, 또 그 안에 금으로 입힌 부처님을 들어앉게 하시고, 또 부처님이 앉아계신 감실, 이렇듯 마련해 놓았구나.

우리가 살고 또 아는 세상만 세상이 아니듯이, 우리의 삶에서 한 발짝 벗어난 또 다른 쪽에도 그들만의 세상은 있고, 그 세상에도 부처님의 자비는 베풀어지고 있는 것이리라. 비록 아주 작고, 그래서 우리가 잘 볼 수도 없고, 또 본다고 해도 하찮게 여기는 그 세상에도.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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