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아들

손영목

서두르지 말자
밀고 끌며 차근차근 한 뼘씩 가자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데
배밀이 민바닥이라도 있으니
어디 천리뿐이랴

산수 25점, 아들아 힘내라!

[시평]

어린 아들이 받아오는 학교 시험 성적은 젊은 부모들을 일희일비(一喜一悲)하게 한다. 어쩌다 만점이라도 받아오면, 부모들은 신이 나서, 이 자랑스러운 사실을 어느 누구에게라도 알려주고 싶은 심정으로 들뜨기도 한다. 그러나 낮은 점수를 받아오면, 저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하나, 속상함으로 마음이 마음이 아니다. 이는 모든 자식을 둔 부모들의 마음이리라.

그러나 인생은 길고도 길다. 마치 마라톤을 하는 선수마냥 처음부터 힘을 다해 달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한다. ‘산수 25점’을 받아온 아들에게, ‘서두르지 말라’는 부모의 말씀은 참으로 의미가 있다. 하물며 발 없는 말도 천리를 간다고 하는데, 배로 밀고 가는 달팽이 움직임 같이 느리고 느린 아들의 성적, 언제고 일취월장하는 날이 있을 거라는 기대 버리지 않는다. 

그러니 차근차근 서두르지 말고 한 뼘씩, 한 뼘씩 가면, 어디 천리인들 못 가겠느냐? 인생을 바라보는 그 넉넉함. 일등 아니면, 안 되는 아옹다옹의, 오늘을 사는 모든 젊은 부모들. 그 마음 한번쯤 지녀봄이 어떤지, 권해지는 시이기도 하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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