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널목 우회전
김광규(1941~  )

땅거미 내릴 무렵
건널목에서 우회전하다가 
길 한가운데 움직이는 물체가 보여
황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너덧 살 난 꼬마가 거기 있었다
급정거에 아랑곳없이
스키니 청바지에 야구 캡을 쓴 엄마가
스마트폰을 환하게 들여다보며
뒤따라오고 있었다

[시평]
요즘 길거리에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걷는 젊은이들이 아주 많다.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니, 앞에 어떤 위험한 물체가 지나가는지, 혹은 발아래 웅덩이가 있는지 알 수가 없어 종종 사고가 난다고 한다. 이런 광경은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내리려는 사람은 아랑곳없이, 그 사람들로 빽빽한 공간에서 자기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사람에 막혀서, 이리저리 지나칠 공간을 찾아 쩔쩔매는 사람들이 없지 않아 있다.

스마트폰, 그 안에는 다양한 세계가 전개돼 있다. 읽을거리도, 볼거리도, 들을거리도 모두 모두 담겨져 있는 스마트폰. 그래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면, 없는 것 없이 다 있는 세상과 함께 있는 것과 같다고 한다. 나 혼자만이 보고, 듣고, 읽는, 그 나 혼자만의 세상. 이렇듯 스마트폰은 다만 나 혼자만의 세계이기도 하다. 이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해 현대인은 더욱 타인과의 관계로부터 단절이 돼 버린 것은 아닌가, 우려되기도 한다. 

너덧 살 어린 아들이 어두운 밤 자동차 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마저도 방기하는 스마트폰 속의 엄마. 모정마저 단절시키는 ‘나’만의 세계로 우리를 몰아가는 오늘의 비정한 과학. 이러한 사실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결코 긍정적인 것은 아니리라. 

윤석산(尹錫山) 시인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