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포커스] 민송아, 그림을 벗 삼고 여배우의 길을 그리다
[피플&포커스] 민송아, 그림을 벗 삼고 여배우의 길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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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 겸 배우 민송아 ⓒ천지일보(뉴스천지)

어린 시절 외국서 사무친 외로움, 그리기로 힐링
“미술도, 연기도 모두 소통하는 예술의 일환”


◆“그림이 유일한 친구였어요”


[천지일보=박혜옥 기자] 소싯적 하루아침에 이방인이 됐다. 7살의 어린 나이에 외환딜러였던 아버지를 따라 영국으로 건너갔다. 말도 안 통하고, 갑작스럽게 바뀐 환경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하루아침에 벙어리가 됐고, 새 친구들 사이에선 바보가 됐다. 실어증에 대인기피증까지 왔다.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소녀에게 그림은 유일한 친구였다. 소녀는 서서히 그림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았다. 그림은 소녀의 자존심을 지켜준 방패이자 늘 함께해준 친구였다.

그림이 친구였다면 텔레비전 속 세상은 소녀의 관심사이자 즐거움, 그리고 꿈이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어떻게 하면 저기에 나올 수 있을까?’ 늘 궁금했다.

그렇게 낯선 땅에서 소녀는 조금씩 배우의 꿈을 키워갔다. 현재 화가 겸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민송아씨의 유년시절 이야기다. 항상 밝은 페이스를 유지하는 그이기에 힘들었던 어린 시절을 담담히 풀어내는 민송아씨가 달리 보였다. ‘인간 민송아’를 접하는 순간이었다.

◆“낙타그림 들어보실래요?”


지난 15일 민송아씨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청담동 ‘ONL(오늘)’ 갤러리를 찾았다. 며칠째 잠을 자지 못해 피곤할 법도 하지만 그러한 기색은커녕 그의 얼굴엔 오히려 에너지가 넘쳤다. 자신의 그림으로 둘러싸인 갤러리 자체가 그의 에너지원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힘들고 상처받았을 때 그림에 기대어 상처를 표현했고, 치유했어요. 제 그림은 치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번에 선보인 50여점의 그림에는 그의 인생의 상처, 열정 그리고 희망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편안하고 밝은 분위기의 그림도 더러 있었지만, 대부분의 그림은 평소 밝고 명랑한 이미지의 그와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무겁고 강렬한 느낌을 줬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과 끊임없이 싸우면서 느낀 복합적인 감정을 그대로 찍은 듯하다.

▲ 화가 겸 배우 민송아 ⓒ천지일보(뉴스천지)

그중 사막 한 가운데 선 낙타그림에 유독 애착을 보였다. 이번 신작 ‘낙타의 그림자’다. 신작에 담긴 의미를 설명하는 그의 모습은 사뭇 진지했다.

“낙타는 현대인을 상징해요. 낙타의 ‘혹’은 현대인이 짊어지고 있는 ‘짐’이자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감(자식 등 포기할 수 없는 대상)’을 상징하죠. 하지만 낙타의 혹은 곧 낙타가 사막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명수’예요. 우리가 짊어지고 있는 ‘짐’은 각자의 난관인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될 수 있어요.”

흥미를 보이자 그는 좀 더 세부적인 설명을 이어간다.

“‘해’는 목표를, ‘그림자’는 현실을 상징해요. 고단한 현실 속에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꿈을 이루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아 엉뚱한 길로 들어서기도 하고, 헤매기도 하는 모습을 여러 개의 그림자를 통해 드러냈어요. 하지만 꿈을 잃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면 반드시 목표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담겨 있어요.”

그의 설명을 듣고 있자니 그림과 하나가 된 듯 사막 속에 낙타, 그림자, 해 그리고 민송아라는 한 인물이 공존해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삶이 고스란히 그림 속에 녹아있었다.

갤러리에 걸린 그림들 가운데 눈길을 사로잡는 낙타그림, 콩그림, 버섯그림, 나비그림은 지난 2014년 방영된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배우 조인성의 집에 걸린 그림 작품들이다. 그의 숨결이 곳곳에서 알게 모르게 숨 쉬고 있었다.

▲ ‘괜찮아 사랑이야’ 속 민송아의 버섯그림 (사진출처: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 ‘괜찮아 사랑이야’ 속 민송아의 나비그림 (사진출처: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민송아씨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이름을 알렸고 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화가다. 아버지의 직업상 초등학교 고학년 때 또다시 홍콩으로 옮겨가야 했던 민송아씨는 중학교 3학년 때 홍콩에서 화가로 데뷔했다. 그 당시 교복을 입고 예쁘장한 외모로 실력까지 갖춘 그는 홍콩 한인사회에서 이슈가 됐다.

하지만 당시 그가 예술 쪽 일을 하는 데 대해 부모의 반대가 강했다.

“예술 쪽을 전공했던 어머니는 이 길이 쉽지 않다며 화가의 길을 말렸어요. 제가 안정적인 삶을 살길 원하셨던 거죠. 또 제가 어릴 적 영국에서 대인기피증을 겪었으니 더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드셨을 거예요.”

하지만 끊임없는 그의 설득과 그림으로 증명해보인 재능에 이제는 그의 길을 지지해주고 있다.

◆죽을 고비 넘기고 배우가 되다

민송아씨는 고등학교 때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학업에 충실히 임해 홍익대학교 미술학과에 입학했다.

입학하자마자 어릴 적부터 늘 생각해 오던 방송계에 발을 내디뎠다. 먼저 광고 모델부터 시작했다. 그 당시 거의 모든 잡지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활동을 했다.

2005년 SBS ‘잉글리쉬 매직스쿨’ 여주인공으로 데뷔했다. 이후 꾸준히 현재까지 SBS ‘며느리와 며느님’, 영화 ‘궁녀’, ‘하늘과 바다’, KBS ‘연예가중계’, SBS ‘사랑해요코리아’, MBC ‘달콤살벌 패밀리’ 등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일이 꾸준히 있는 것에 감사해요. 이름 있는 스타가 아니라도 저를 캐스팅해주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에요.”

작은 역할이라도 최선을 다하려는 민송아씨의 겸손한 모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다가 대학교 신입생 때 몸이 안 좋아 찾은 병원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진단을 받은 바도 있었다고 귀띔해 주는 그다. 지금은 나았지만 당시엔 꿈에 대한 갈망을 더욱 키우기에 충분한 계기였다.

“누군가 제 말에 귀 기울여 주고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정말 좋아요. 많은 분들이 저를 바라봐 주신다고 느낄 때 제가 더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어 더 열심히 살고 싶어져요.”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민송아씨. 열심히 제 위치에서 노력하다보면 언젠간 자신에게 맞는 역할이 올 거라고 말하는 다부진 모습이 엿보인다.

“저는 연기도, 미술도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표현하든지 그 출발점은 똑같아요. 예술은 원래 소통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마음을 공부해 나가는 거고요. 저의 연기도, 그림도 더욱 깊어졌으면 좋겠어요.”

올해는 그의 오랜 노력들이 더욱더 빛을 발하는 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민송아는 누구?

민송아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출신의 재원으로 현재 한국미술협회 홍보대사를 맡고 있으며 KIAF, SOAF, 서울아트쇼 등 국내 주요전시는 물론 미국과 홍콩, 독일, 파리, 싱가포르, 중국, 일본 등을 오고 가며 미술계의 떠오르는 젊은 작가로 급부상하고 있다.

또한 그는 최연소 한국작가로서 파리 루브르박물관 전시와 그랑팔레 앙데팡당전에 참여해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며 프랑스에서 국내 최초로 ‘젊은 작가상’을 수상, 최근 ‘대한민국 미술치료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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