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소리 고법(鼓法) 보유자 조경곤(49) 고수(인천시지정무형문화재 제23호) ⓒ천지일보(뉴스천지)

판소리 고법(鼓法) 보유자 조경곤 고수(鼓手) 인터뷰

손에 피나도록 연습… 시각장애인 최초 고수 무형문화재 지정
장애인·비장애인, 한 교실에서 어우러져 공부해야 존엄성 배워

[천지일보=이경숙 기자] 그의 북장단은 명창의 소리와 맛깔스러운 조화를 이루며 소리판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명쾌한 추임새는 청중의 흥을 돋우며, 곧장 소리판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소리꾼에게는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소리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자연스러운 연주로 흐름을 주도하기도 한다.

고수(鼓手)는 소리꾼의 소리가 뒤처지면 북장단을 조금 더 빨리, 소리가 빨라진다 싶을 때는 약간 느리게 쳐주면서 소리꾼의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장단을 맞춰줘야 한다.

이렇듯 정확한 장단을 맞추기 위해서 고수는 소리꾼의 입모양을 보는 것이 또한 중요하다. 판소리는 같은 소리라 하더라도 소리꾼에 따라, 또는 소리꾼의 감정에 따라 호흡이 길 수도 짧을 수도 있기에 고수는 손동작과 입모양을 보고 장단을 맞춰야 한다.

그런데 고수가 소리꾼의 소리만 듣고 장단을 맞추려 한다면 이미 한 템포 뒤처지게 돼 말 그대로 ‘뒷북 치게 되는 격’이 되고 만다.

판소리 고법(鼓法) 보유자 조경곤(49) 고수는 시각장애인으로, 2013년 ‘판소리 고수’ 부문에 인천시지정무형문화재 제23호로 지정됐다. 그는 당시 최연소이자 장애인으로는 최초로 고수 분야에 인간문화재로 지정돼 화제가 됐다.

조경곤 고수는 1967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났으며, 판소리에 관심이 많았던 큰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시절부터 소리 가락에 익숙했다. 학창시절 사고로 시력을 잃게 되자 20대 중반 판소리에 뜻을 품고 정식으로 고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가 극복해야 했던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인간문화재가 되겠다는 그의 꿈이 그저 꿈에 불과하다고 단정지었다. 하지만 그의 열정은 멈출 줄 몰랐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 북채와 북의 거리를 가늠하기 위해 하루 10시간이 넘는 연습을 손에 피가 나도록 했다. 결국 그는 피나는 노력으로 시각장애인에게는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고수분야 인간문화재로 등극하는 쾌거를 이뤄낸다.

조경곤 고수는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장애인이라는 편견 아래서 정부나 기관으로부터 몇 %의 혜택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꿈을 이루겠다는 의지로 열심히 노력했고, 몇 차례의 테스트를 거쳐 당당히 인간문화재로 인정받게 됐다. 그는 누군가의 희망교과서가 된 셈이다.

그가 꿈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그의 남다른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무방하다.

조경곤 고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학교를 구분해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자칫 장애인을 배려하는 것 같으나 도리어 장애인차별을 유발하는 계기가 된다고 말한다.

그는 “세계에서 장애인 특수학교가 있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장애가 있다고 해서 따로 모아놓고 교육을 별도로 진행하는 것에서부터 장애인차별은 시작된다”며 “그러한 구분으로 인해 사람들은 ‘장애인들은 특수하고 우리와 다른 존재’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고 장애인차별에 대한 근본적 문제점을 꼬집어 말했다.

즉,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해가며 장애를 가진 사람이 특수한 듯 분리시켜 놓는 순간부터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따로 구분할 게 아니라 같은 교실 안에서 함께 어우러져 학습할 수 있는 교실을 만들어야 한다. 그 가운데 인간의 존엄성을 배우게 되고 자기의 삶을 살아가는 되는 것”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다시 말해 서로 어우러지는 가운데 장애라는 부분이 보편화되고, 존엄성을 지닌 같은 인간으로서 서로 존중하게 될 때에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진정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그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 역시 자기 자신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고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자립할 수 있도록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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