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사과를 마치고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올해 재계는 그 어느 때보다 굵직한 이슈들이 많았다.

재계 서열 1위 삼성그룹의 후계자인 이재용 부회장이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는가 하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아 2년 7개월 만에 경영에 복귀했다. 롯데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결국 해를 넘기며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재용 ‘메르스’ 대국민 사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23일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서 공식 사과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당시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메르스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께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드렸다”며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사과 기자회견은 2008년에 이건희 회장이 특검 사태에 대해 기자회견을 한 이후 7년 만이며, 개인적으로 처음이었다.

특히 이 부회장은 6월 1일 부친인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서울병원을 산하기관으 로 두고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런 만큼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로 대중 앞에 선 것은 삼성을 대표하는 인물이 이건회 회장이 아닌 이재용 부회장이라는 것을 사실상 알리는 자리였다.

무엇보다 지난 9월 통합 삼성물산의 출범으로 이재용 부회장 체제 전환이 본격화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일 사장단 인사에서 회장 승진이 예상됐으나, 입원 중인 이건희 회장을 고려해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家 형제간 경영권 분쟁
롯데그룹의 경영권 승계 분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 7월 수면으로 드러난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결국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해를 넘기게 됐다. 현재 한국과 일본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며 롯데와 SDJ 코퍼레이션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진흙탕 싸움을 펼치고 있다.

한국어 구사에 서투른 총수일가의 모습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롯데그룹의 국적 논란도 일었다. 한때 소비자 단체 등에서 롯데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돼 피해를 입기도 했다. 결국 신동빈 회장이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신 회장은 ‘일본기업’ 논란과 관련해 “국내 계열사 매출액이 전체 그룹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롯데는 우리나라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롯데그룹의 순환출자구조 개편과 경영투명성 제고 방안도 발표했다.

이를 위해 현재 80여 개 계열사들의 구심점인 호텔롯데의 상장을 추진 중이다. 특히 신 회장은 10대 그룹 총수로는 처음으로 9월 정기국회 국정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광복절 특사에 엇갈린 최태원-김승연
지난 8월 13일 단행된 광복절 특사에서 최태원 SK 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희비가 엇갈렸다. 최태원 회장은 재계 총수 중 역대 최장 수감 기록을 세웠다. 지난 2013년 1월 31일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법정 구속된 후 2년 7개월여 동안 복역했다.

최 회장은 출소하자마자 경영 일선에 곧바로 복귀하는 등 광폭행보로 주목을 받았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출소 직후 46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를 시작으로 CJ헬로비전, OCI 머터리얼즈 등 굵직한 M&A를 진행했다. 또 내년 초에는 최 회장이 등기이사에 복귀해 기업경영 전면에 나설 예정이다.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김승연 회장은 등기이사직 복귀가 어렵게 됐다. 하지만 한화그룹은 ‘삼성과의 빅딜’로 자산규모가 37조 9500억원에서 50조 5700억원으로 늘어 재계순위에서 한진그룹을 제치고 10위에서 9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금호산업 품에 안은 박삼구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산업의 경영권을 되찾으면서 그룹 재건에 거의 도달했다. 지난 29일 금호산업 인수 대금을 모박두 납입한 삼구 회장은 2010년 워크아웃 이후 6년 만에 경영권을 되찾았다.

금호산업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핵심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지분 3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의 경영권을 회복하면서 워크아웃으로 해체된 그룹 기업주가 채권단에 우선매수청구 권을 행사해 그룹을 다시 일으킨 첫 번째 사례가 됐다.

특히 그룹 재건 성공에는 박 회장의 사재를 터는 ‘책임 경영’이 큰 몫을 했다. 박 회장은 그룹 재건을 위해 33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25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하며 무상감자, 유상증자 등에 참여하기도 했다.

앞서 박 회장은 지난달 금호산업 대주주인 채권단이 보유 중인 금호산업 경영권 지분(50%+1주)을 7228억원에 사들이기 위해 인수자금 조달계획서를 제출했으며 채권단도 이를 승인했다.

◆대기업 간 선제적·자발적 ‘빅딜’
대기업 간 ‘빅딜’의 바람이 올 한해 재계를 뜨겁게 달궜다. 대기업들이 불확실한 국내외 경제 상황을 감안해 생존을 위한 ‘선택과 집중’의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과거 정부 주도로 이뤄진 빅딜과는 달리 대기업마다 선제적·자발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삼성테크윈·탈레스 등 방위산업, 화학 분야 4개 계열사를 한화에 매각했다. 매각 규모만 1조 9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은 한화와의 빅딜 이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롯데그룹과 3조원대에 이르는 ‘제2의 빅딜’을 전격 단행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삼성SDI 케미컬 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 정밀화학 자회사인 삼성BP화학 등 나머지 화학 계열사를 롯데그룹에 넘긴 것이다. 지난달에는 이동 통신업계 1위인 SK텔레콤이 케이블TV 1위 업체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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