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출처: 뉴시스)
“내 마음 쿠바 난민과 함께… 도와 달라”
美밀입국 쿠바이주민 급증… 보트피플 3배
“난민 지원하는 개인·국가 하나님이 보상”

[박준성 기자] “쿠바 이주민(난민)들을 도와 달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앙아메리카에 발이 묶여 오도 가도 못하는 미국행 쿠바 이주민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27일(현지시간) AFP통신, BBC 등 외신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성 베드로 광장에서 삼종기도를 드린 직후 “내 마음은 현재 중앙아메리카에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쿠바 이주민들과 함께한다”며 “이들 대부분은 인신매매 피해자들”이라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아울러 중앙아메리카 국가들을 향해 “인도적 비극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신속히 찾아내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미국행 쿠바 이주민들은 현재 파나마, 코스타리카, 니카라과 등지에 수천명이 발이 묶인 채 범죄의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를 두고 교황은 ‘인도적 비극’이라고 표현했다. 주변국의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인도적인 도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미국행 쿠바 이주민들이 처한 위기에 대해 유럽 난민 문제 등을 거론하며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쿠바 이주민 문제가 국제사회의 도움 없이는 사실상 해법을 찾기 어렵게 되자 교황이 나선 것이다.

교황은 “약 5천명의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가는 육로를 찾고 있다”면서 “이 지역 국가들에 빠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필요한 도움을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쿠바 난민 왜 급증하나

올해 들어 미국을 향하는 쿠바 이주민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1년간 미국에 입국한 쿠바인은 4만 3159명에 달하며, 이는 1994년 쿠바에서 대규모 미국행 보트피플(선상난민)이 발생했던 때보다는 3배나 많은 수치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지난해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가 불법 쿠바 이민문제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1994년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제정된 “웻 풋-드라이 풋(Wet-foot/Dry-foot)” 정책이 쿠바인들의 밀입국을 부채질하는 것으로 꼽고 있다. 이 정책은 밀입국하려는 쿠바인들이 미국의 육지에 발을 디디면 합법적으로 미국에 살 수 있는 영주권을 주지만 바다에서 잡히는 경우 입국이 금지되는 제도다.

53년만에 양국의 외교 관계가 정상화되자 쿠바인들은 적법한 절차로 미국에 들어갈 수 있게 됐는데도, 미국에서 영주권을 받을 목적으로 일시 체류 대신 밀입국 방식을 택하고 있다. 난민 자격으로 미국에 들어가 영주권을 얻게 훨씬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쿠바 이주민(난민) 문제가 커지자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파나마, 엘살바도르 등 중미 국가 외교 관계자들이 28일(현지시간) 과테말라 수도 과테말라시티에 모여 코스타리카에 있는 쿠바 난민들을 항공편으로 엘살바도르로 이동시키는 데 합의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인권 사각지대에 놓였던 쿠바 난민들은 과테말라와 멕시코를 거쳐 미국에 입국할 수 있게 됐다. 이번 합의로 쿠바 난민을 둘러싸고 불거졌던 중미 국가들 간 갈등이 일단 봉합될 전망이다. 하지만 쿠바인들이 미국으로 가는 길이 열렸을 뿐 근본적으로 난민 문제가 해결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교황, 각국·가톨릭 난민해결 호소

교황은 내년 2월 멕시코를 방문할 예정이며, 이민 문제를 중점적으로 거론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난민들의 주요 통로인 멕시코 북부 시우다드후아레스 국경지대에서 미사를 집전한다.

국제사회에 지속해서 난민 문제 해결을 촉구해왔던 교황은 지난 25일 성탄 메시지에서도 이를 거론했다. 그는 난민 문제에 대해 “수많은 난민을 수용하고 안정된 미래를 설계하며 사회에 적응할 수 있게 지원하는 개인이나 국가들을 하느님이 보상해주실 것”이라면서 난민 지원을 호소했다.

교황은 지난 9월 초 유럽에 있는 모든 가톨릭 교구에 난민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미사에서 유럽 내 5만여개의 모든 가톨릭 교구가 난민 가족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난민에게 단지 용기를 내서 버티라고 말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나의 로마 교구를 시작으로 유럽의 모든 교구들, 종교 공동체들, 수도원들, 성소들이 난민 한 가족씩 받아들이기를 바란다”고 구체적인 실천으로 옮길 것을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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