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오고 있다
조명

뚜벅뚜벅 걷는 소리 아니어도
우리 엄마 오는 소리 알 수 있다

과일 향 꽃향기 아니지만
알싸한 박하 향 엄마 냄새

지친 하루 고단함 덜어볼까
파스 한 장 등에 업고 터벅터벅

땀 냄새 이기는 사르르 그 향기
엄마가 천천히 집으로 오고 있다.

[시평]

엄마는 일을 하러 나가고, 혼자 남은 어린아이, 하루 종일 심심하게 하루를 보내며, 엄마는 언제 오시나, 언제 오시나 종일을 기다리고 기다린다. 매일 매일 그 시간만 되면, 저 멀리 골목길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발자국 소리, 풍겨오는 엄마의 냄새. 어린아이는 그 소리와 냄새만으로도 이내 엄마가 골목길을 돌아 집을 향해 오시는지 금방 안다.

하루 종일 일에 시달리고, 그래서 힘이 든 발자국 소리. 그 터벅터벅 하는 소리만 들어도 이내 엄마가 오시는지 안다. 지친 하루 고담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보고자 등에 붙인 파스 한 장, 땀 냄새, 파스 냄새 뒤범벅이 된 그 냄새만으로도 엄마가 이제 마악 골목길을 접어들었는지를 안다.

엄마의 터벅터벅 걷는 그 모습. 비록 뚜벅뚜벅 걷지는 않아도. 엄마의 땀 냄새, 파스 냄새. 비록 과일 향 꽃향기는 아니어도, 그 어느 것보다도 정다운 엄마의 발걸음 소리, 엄마의 냄새. 아, 아 엄마는 이렇듯 우리의 가장 정겹고 또 친근한 모습으로 천천히 우리에게 오고 계시는구나.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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