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영심

내 혼의 눈부신 나라에 가 닿으리

내가 나이던 것을 허물고
가진 것 다 비운 목숨으로 가 닿으리
어디였을까 어디였을까
내 안에 찬란히 소리치는
서러운 혼이 있어
영생의 물줄기를 흔들며 노래하는 물소리

내 혼의 눈부신 물의 나라
눈멀어 더듬듯 황홀히 흘러
그렇게 가 닿으리
가 닿으리

[시평]

물은 흘러가므로 그 생명력을 얻는다고 했던가. 흐르지 않고 고여 있으면 이내 썩어버리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물은 흘러가며, 다만 자신의 생명력만을 얻어내는 것이 아니다. 만유를 보듬고, 또 풍부한 자양이 되어 흘러간다. 흘러, 흘러서 가며 물은 내가 ‘나’이던 것을 스스로 허물고, 허물며 더 큰 생명에 가 닿는다. 그래서 노자(老子)가 물을 일컬어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하였던가.

물과 함께, 아니 물과 같은 나의 생명도 흐르고 흘러, 내가 ‘나’이던 것을 스스로 허물고, 또 가진 것 모두 비워내고, 그렇게 황홀하게 흘러, 흘러서 닿고 싶은 그러한 나라 하나쯤. 우리 모두 간직하고 있으리라. ‘내 혼의 눈부신 나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살아있음을 더욱 확인하는 것도 실은 이러함을 버리지 않을 때이리라. 닿을 수 없는 미지의 그 황홀함을 향해 눈멀어 더듬듯 황홀하게 흘러, 흘러 가 닿고 싶은 그런 나라. 그런 나라를 우리 마음 한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한, 우리는 출렁이며 흘러가는 물 마냥 생명의 싱싱함, 그러한 존재임이 분명하리라.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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