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허의행
 
오랫동안 입고 살았다 색 바랜 낡은 옷이다 입으면 편안했다 버리기에는 안타깝다 습기 차 젖은 모습을 감싸주고 호흡의 가쁜 숨결도 온전히 빨아들이고 항상 따뜻했다

추운 날에도 보온성이 강했다 더운 날에도 통풍이 뛰어났다 어떤 비바람이 불어도 변하지 않았다 사시사철 세월 따라 오래 입어 낡았어도 행복해서 벗기 싫은 외투였다.

[시평]

친구란 무엇인가. 친구의 ‘친(親)’은 가까우며 친하다는 의미이고, ‘구(舊)’는 오래되었다는 뜻이다. ‘친구’, 오래된 아주 가까운 사람. 이런 정도의 의미인가. 그렇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깝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을 수가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가깝게 지내며 서로의 마음을 다 터놓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을 것이다. 친구란 바로 이런 사람 아닌가.

그래서 오랫동안 입고 살았던, 색 바랜 낡은 옷 마냥 편안한 사람. 늘 습기 젖은 모습을 감싸주고, 추운 날에는 따뜻하게, 더운 날에는 통풍이 잘 되는 듯, 늘 신선한 그래서 비록 오래 되었어도 행복하여 벗기 싫은, 그런 푸근한 외투 같은 사람.

그러나 이런 사람 나이가 들수록, 주변을 둘러 보아도 찾아내기가 쉽지가 않다. 정말 자신을 모두 드러낼 수 있는 허물없는 그런 사람, 그렇게 쉽지가 않다. 젊은 시절, 그렇게 많고 많았던 친구들은 모두 지금 어디로 갔는가. 그렇다. 나이가 들어 쉬엄쉬엄 쉬어가는 듯한 삶을 사는 그런 때일수록, 마음 툭 터놓을 수 있는 그런 친구, 더욱 절실한 것인데.

윤석산(尹錫山) 시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