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배후” vs 우크라 “뻔한 떠넘김”

(모스크바=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인근에 마련된 무차별 총격 테러 희생자 추모 공간에 애도객이 꽃을 놓고 있다. 이 공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두고 간 꽃, 양초, 곰인형이 점점 쌓여갔다.
(모스크바=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인근에 마련된 무차별 총격 테러 희생자 추모 공간에 애도객이 꽃을 놓고 있다. 이 공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두고 간 꽃, 양초, 곰인형이 점점 쌓여갔다.

 

[모스크바=AP/뉴시스] 22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서쪽 크로쿠스 시청 인근 고속도로 전광판에 "우리는 2024.03.22를 애도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현지 당국은 크로쿠스 시청 공연장에 무장 괴한들이 난입해 총기를 난사, 최소 60명이 숨지고 140여 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슬람국가(IS)는 이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2024.03.23.
[모스크바=AP/뉴시스] 22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서쪽 크로쿠스 시청 인근 고속도로 전광판에 "우리는 2024.03.22를 애도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현지 당국은 크로쿠스 시청 공연장에 무장 괴한들이 난입해 총기를 난사, 최소 60명이 숨지고 140여 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슬람국가(IS)는 이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2024.03.23.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 공연장에서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총격·방화 테러 사건이 발생해 배후로 우크라이나가 거론되는 가운데 우크라 측이 연관성을 부인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푸틴의 떠넘김, 그럴 줄 알았다”

볼로디미르 우크라이나 대통령 23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무가치한 푸틴 대통령은 하루 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이번 일로 러시아 시민을 상대하는 대신 우크라이나로 떠넘길 방법을 생각해냈다”며 “모두 뻔하게 예측 가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러시아인들이 자국 특수부대에 대해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고 크로커스 공연장에서 조용히 죽겠다고 한다면, 푸틴은 이런 상황을 더욱 자신의 정치적 권력에 유리하게 이용하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텔레그램 성명 영상에서 러시아 모스크바 테러 배후로 우크라이나가 거론된 데 대해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24.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텔레그램 성명 영상에서 러시아 모스크바 테러 배후로 우크라이나가 거론된 데 대해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4.03.24.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도 이날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테러방법을 사용한 적 없다”면서 “러시아 관리들이 ‘우크라이나의 흔적’을 언급할 것은 예상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이번 테러와 연결시키려는 모든 시도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사건이 (러시아) 군사 선전의 급격한 증가, 군사화 가속화, 동원 확대 등으로 이어지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인에 대한 명백한 대량 학살 공격을 정당화하는 데 악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푸틴 “용의자 4명, 우크라 접경지서 체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강경 대응 의지를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국민 연설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깊은 조의를 표한다”며 일요일인 24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23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출처: 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출처: 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이어 당국이 체포한 11명 중 총격·방화 범행에 직접 연루된 용의자 4명이 우크라이나 접경지 브랸스크에서 체포된 점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그들은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했는데, 초기 정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쪽에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평화롭고 무방비 상태였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계획된 조직적인 대량 학살을 마주하고 있다”며 “이 범죄를 저지른 모든 가해자와 조직은 처벌을 피할 수 없다. 배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찾아내 처벌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모스크바와 전국 모든 지역에 추가적인 테러 방지 조처를 했다”며 “이제 중요한 것은 배후자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우크라이나를 범죄 배후로 지목했다.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마리아 자하로바는 “우크라이나는 지난 10년 동안 서방의 도움으로 유럽 내 테러 확산의 중심지로 변모해왔다”고 밝혔다. 러시아 매체인 스푸트니크에 따르면 자하로바 대변인은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당국이 그들의 정보와 정치적 환경이 어떻게 크로커스 시청에서 사람들을 쏜 테러리스트들을 금지된 테러 조직인 ISIS(러시아에서 금지된)와 연결시켰는지 잊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제 우리는 이 피비린내 나는 범죄자들이 어느 나라에서 계획을 세웠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박해를 피해 숨기 위해 우크라이나는 서구 자유주의 정권의 도움으로 지난 10년 동안 유럽 테러 확산의 중심지로 변모해 온 바로 그 나라이다”비판했다.

또 정치 및 군사 분석가인 세르게이 폴레타예프는 스푸트니크와의 인터뷰에서 가해자가 타지키스탄 시민이라는 보도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모스크바에서의 공격은 우크라이나와 연계된 일종의 이슬람 테러 조직에 의해 주도되었거나 심지어 우크라이나가 직접 주도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이 테러 행위에 대해 사전 지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적어도 그들을 공범으로 만든다”고 비판했다.

총격 사건 발생한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공연장. (AFP/연합뉴스) 2024.03.23.
총격 사건 발생한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공연장. (AFP/연합뉴스) 2024.03.23.

◆140여명 사망자 발생한 모스크바 테러

러시아 국영 방송사 RT의 편집장 마르가리타 시모냔은 이날 텔레그램에서 143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금요일 밤(현지시간) 6000명에 가까운 다수의 군중이 몰려있던 가운데 사건이 발생한 데다, 부상자 중 중상자가 많아 추가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테러로 인한 사상자는 200여명에 달한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자동소총을 무차별 난사해 200여명의 사상자를 낸 핵심 용의자 4명을 포함해 이 사건 관련자 총 11명을 검거했다. 또한 추가 공범을 가려내기 위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FBS는 “용의자들이 범행 후 차를 타고 도주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으려 했다”면서 “이들은 우크라이나 측과 관련 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브랸스크는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깝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는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다. 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은 “(IS 전투원들이) 수백명을 죽이거나 살해하고 해당 장소를 크게 파괴한 뒤 무사히 기지로 철수했다”고 밝혔다.

보로비요프 주지사는 사망자 유족에게 300만루블(약 4383만원)을 위로금으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입원 환자에게는 100만루블(1461만원), 외래 치료를 받는 경상자에게는 50만루블(730만 5천원)을 각각 지원한다.

23일(현지시간) 한 레바논 여성이 모스크바 서쪽 가장자리에 있는 크로커스 시청에서 발생한 공격의 희생자들에 대한 연대를 보여주기 위해 레바논 베이루트의 러시아 대사관 밖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다. (AP, 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한 레바논 여성이 모스크바 서쪽 가장자리에 있는 크로커스 시청에서 발생한 공격의 희생자들에 대한 연대를 보여주기 위해 레바논 베이루트의 러시아 대사관 밖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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